[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인천글로벌시티(IGCD)가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의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고 분양가도 미정인 상태에서 해외 거주 외국인과 재외동포 등을 대상으로 청약 절차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입주자 모집 승인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1인당 원화 100만원 또는 미화 1000달러를 인천글로벌시티 법인계좌로 송금받는 구조여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위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8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홈잉루츠송도 청약의향서 접수 안내문'에 따르면, 인천글로벌시티는 송도 11공구 RC1블록 공동주택 1700세대를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청약의향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는 지난 4일 오픈됐고, 청약의향자는 이메일로 의향서를 제출한 뒤 국내 은행 법인계좌로 청약의향금을 납입하도록 안내돼 있습니다.
송도 글로벌시티 3단계 사업 조감도. (사진=송도글로벌시티)
문제는 청약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의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은 단계라는 점입니다. 인천글로벌시티는 지난 3월23일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도급계약을 추진했으나 협상이 결렬됐고, 지난 2일 시공사 선정 재입찰 공고를 다시 냈습니다.
청약 안내문 자체에서도 "예상 공급 금액"이 "미정"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시공사가 정해지지 않아 도급 금액과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고, 이에 따라 분양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인 공동주택 분양은 사업계획승인→착공→입주자 모집 승인→모집 공고→청약 접수 순으로 진행되지만, 송도 3단계 사업은 착공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인천글로벌시티는 안내문에서 청약의향자 자격으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3조제2항제8호 라목에 따른 외국인의 주거를 목적으로 조성하는 주택단지에 건설되는 주택"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인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가 청약 대상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외국인 주거 목적 단지로 지정됐다 하더라도, 시공사와 공급 금액조차 정해지지 않은 단계에서 청약 접수에 들어가는 것은 통상의 분양 절차에서 벗어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청약의향"이라는 명목으로 받은 자금이 실제로는 정식 청약 대금으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안내문 청약의향 유의 사항에는 "청약의향금은 향후 '청약 안내문'상의 표시될 '청약 접수 개시일'에 청약 신청(접수)을 한 것으로 보며, 청약 접수 대금으로 전환됩니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안내문은 다른 조항에서도 정식 청약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1인 1청약을 원칙으로 하며, 1인 2건 이상 신청 시 모두 무효 처리됨", "공동명의 청약은 불가하며 청약의향자와 정계약 체결 시 명의는 동일해야 하며 명의 변경은 불가" 등의 조항이 그것입니다. 분쟁 발생 시 관할법원도 "대한민국 법을 배타적 준거법으로 적용하고, 인천지방법원을 관할법원으로 정합니다"라고 적시해 청약 관련 분쟁 절차까지 안내문에 명문화했습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외국인 주거 목적 단지로 지정돼 100% 외국인에게만 공급하는 경우 같은 규칙 제20조에 따른 입주자 모집 승인 절차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한국 계좌로 자금이 송금되는 경우 별도의 신고 의무는 그대로 따릅니다.
인천글로벌시티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 외국인 주거 목적 단지로 지정된 경우 재당첨 제한 등 일부 조항만 적용을 받고 입주자 모집 승인 절차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다만 100%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한국 계좌로 자금이 들어오는 이상 신고 의무는 별도로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송도 아메리칸타운 2단계 사업 때는 분양대행사 선정이 완료된 상태에서 모집 공고를 공식으로 낸 뒤 평균 분양가를 제시하고 청약의향서를 받았다"며 "현재 3단계는 계약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분양가나 시공사 등 여러 가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의향서를 받는 것이어서 조건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분양대행사 선정도 안 된 상태에서, 또 에이전트 계약을 시행사가 직접 체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현재 에이전트가 의향서를 받고 있다는 것은 시행사가 묵인하거나 개입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안내문 명칭은 '의향서'이지만 의향금이 향후 청약 접수 대금으로 자동 전환된다고 명시한 이상 사실상 청약과 같은 효과를 갖는 것이고, 가격대도 정해지지 않고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현지 한국 부동산 분양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청약의향금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자금이 한국 시행사 법인계좌로 실제 송금되는 구조이고, 그 자금이 향후 청약 대금으로 자동 전환된다고 안내문에 명시된 이상 사실상 청약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며 "입주자 모집 승인 없이 청약 효과가 발생하는 자금을 받는 것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해외에서 부동산 청약을 받을 때는 통상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거래 안전을 보장하는데, 송도 3단계 사업은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 청약자가 한국 시행사 법인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구조"라며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될 경우 청약자가 자금을 돌려받기까지 상당한 절차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은 유정복 인천시장의 1호 공약 '뉴홍콩시티'의 핵심 사업인 영종 국제학교 건립 재원과 직결돼 있습니다. 인천시·인천경제청·인천도시공사·인천글로벌시티 4자 업무 약정에 따라 송도 아메리칸타운 1·2단계 개발이익금 600억원과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개발이익금 900억원을 합한 1500억원이 영종 국제학교 건립비로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6·3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에 당선된 박찬대 당선인이 다음달 1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천글로벌시티는 신임 시정 출범 전에 시공사 선정과 청약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업 추진 강행 의혹이 거듭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식 분양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청약 접수가 새로운 논란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인천글로벌시티 측에 해당 사안과 관련해 반론을 요청했지만, 관계자 부재 등 이유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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