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주요 상장 보험사들의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주주 배당 여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 이후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쌓고 있지만, 배당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전망입니다.
1분기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 '27조원'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이익잉여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50%를 상회합니다. 이익잉여금 대비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는 △한화손보 92% △흥국화재 84% △롯데손보 81% △한화생명 79% △미래에셋생명 74% △동양생명 73% △현대해상 49% △DB손보(별도) 44% △삼성화재 33% △삼성생명 4% 순입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는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하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새 회계제도 IFRS17과 함께 도입됐습니다. 일종의 소비자 보호 역할을 하는 셈이지만, 적립금이 이익잉여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며 배당 여력을 축소하고 이로 인한 업종 전반의 디스카운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험사들의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은 계속 커지는 양상입니다. 1분기 롯데손보를 제외한 9개 보험사는 전 분기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했습니다. 기존 누적 적립액에서 △한화생명 6009억원(+9%) △삼성화재 5350억원(+13%) △DB손보 2641억원(+6%) △한화손보 1969억원(+8%) △현대해상 1984억원(+5%) 등 1분기 준비금이 수천억 원대에 달했습니다. 삼성생명의 경우 1분기 처음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 8324억원을 쌓았습니다.
10개 보험사 중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보험사를 살펴보면 이익잉여금에 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 3개사가 전부입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자본 내 이익잉여금 안에 쌓이는데, 배당은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됩니다. 결국 준비금을 쌓을수록 배당 여력이 제한되는 셈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력이 충분한 회사는 지금으로서도 자금에 문제가 없겠지만 여력이 부족한 회사의 경우 배당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쌓아두지 않고 이를 투자나 배당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배당 여력 확보 위한 제도 개선 요구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금융당국에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 완화를 건의하는 상황입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 완화 건의는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당국에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 내부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킥스 비율을 완화한 상황에서 추가적 조치를 취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해약햑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을 완화한 바 있습니다. 기존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190% 이상을 유지하는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만 적립할 수 있게 했지만 이를 170% 이상으로 낮췄습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더 큰 폭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고연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험산업 리포트에서 "현행 제도(해약환급금준비금제도)가 유지되는 한 배당 개시 및 확대 시점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보험사의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이익잉여금 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해약환급금 준비 제도 개선 이후 배당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화생명은 별도 기준으로 보면 1분기 이익잉여금 7조3131억원 대비 해약환급금준비금은 7조1087억원에 달해 잉여금 대부분이 준비금으로 적립됐습니다.
정부는 주요국 대비 저평가돼 있는 한국 기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밸류업 기조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 계약을 팔면 팔수록 준비금이 쌓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최대치에 다다를 것"이라며 "배당을 하고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제도를 한번 깊이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고 말했습니다.
국내 주요 상장 보험사들의 간판. (사진=각 사)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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