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제약업계가 대웅제약이 도입한 '블록형 거점도매'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도입 명분인 의약품 유통 투명화가 실제 이뤄지는지, 현재 기록 중인 단기적인 손실 이후 블록형 거점도매가 기업에 득이 되는지를 판별하려는 겁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3월 블록형 거점도매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 유통 파트너사들에 의약품 물량을 공급해 약사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입니다.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과 품질관리, 배송 안정성을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웅제약은 기존에 거래하던 유통업체 40여개와 거래를 끊고, 입찰을 통해 5개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입찰은 앞으로 1년에 1차례 이뤄진다는 설명입니다. 현재까지 대웅제약은 블록형 거점도매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약사 대상 '블록형 거점도매' 팜플렛. (그래픽=대웅제약)
유통 투명화는 지난 2024년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위탁연구 보고서에서 제언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국내에는 영세한 도매상이 너무 많고, 이는 품질관리 문제를 유발한다는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됐다"라며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망 관리를 위해, 의약품 유통구조 효율화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유통의 투명화를 통해 리베이트 감소 등 사회적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불필요하게 도매상 간 거래를 파생시키는 비효율적 요인에 대해서는 시장 구조가 단순화될 수 있는 제도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겠다"라며 "콜드체인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지역거점별로 인슐린과 같이 수급불안정이 문제가 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인슐린 배송 거점 도매상 시범사업을 운영해볼 수 있겠다"라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현재 블록형 거점도매 도입으로 인해 단기적인 타격을 입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별도 기준으로 대웅제약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420억100만원)보다 34.66%(145억5700만원) 줄어든 274억4400만원에 그쳤습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과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각 지난 14일과 22일 리포트에서 대웅제약 영업익의 컨센서스 하회 배경을 짚었습니다. 필수의약품(ETC) 유통채널 효율화에 따른 재고 반품 및 수수료 영향으로 원가율과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가 상승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매출원가율은 1년 새 48.64%에서 52.24%로 올랐습니다. 경상연구개발비를 제외한 판관비 역시 820억1300만원에서 910억3000만원으로 10.99%(90억1700만원) 올랐습니다.
19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서울 강남구 이지메디컴 본사 앞에서 '대웅제약 거점도매 정책 철회 및 유통 생태계 사수'를 위한 2차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한국의약품유통협회)
블록형 거점도매는 일부 사업의 매출액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미래에셋증권과 DS투자증권은 "ETC 매출이 2161억원(전년 동기 대비 -1%)로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향이 가는 시기는 이번 2분기까지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제약사가 다루지 못하고, '도도매(도매상에서 다른 도매상을 거친 거래)' 부문이 다뤄온 거래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빠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ETC가 대웅제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보니, 외형 축소라는 타격을 입는다는 겁니다.
아울러 대웅제약과 유통업체들과의 갈등은 지속 중입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지난 3월부터 전면 투쟁을 선포했습니다. 박호영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회장은 지난달 21일 대웅제약 본사 앞에서 "거점도매는 명백한 유통 생태계 파괴이며, 수많은 중소 도매업체들의 목줄을 죄어 죽이겠다는 선전포고"라며 "특정 업체에게만 특혜를 주고 다수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불공정한 행태다. 대웅제약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유통망을 장악하려는 갑질을 멈춰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난 13일에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대웅제약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일단 한발 떨어져서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 과정 등의 투명화 등 장점과 단점을 다 봐야하고, 실제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 도매업체들의 피해가 상당한지 혹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다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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