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그린워싱(친환경 위장 행위)'을 걸러내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고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과 ESG 목적 한정 사용 원칙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ESG 활동 추적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ESG 경영을 내재화하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ESG 경영을 실현하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들 연구에서는 AI에 기반한 ESG 평가 체계와 환경 데이터 수집 및 모니터링으로 환경 영향을 추적·예방 등이 ESG의 E(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실질적으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홍보하는 '그린워싱'을 가려내고 환경 피해를 줄여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그린테크' 실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산업정책연구원이 윤리경영 확산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근 개최한 '윤경포럼'에서도 AI와 ESG 결합이 주제로 부상했습니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융합국제학부 교수는 "2금융권에서 AI를 통해 낼 수 있는 가장 큰 시너지는 리스크 관리와 초개인화 ESG 금융"이라며 "AI를 활용하면 ESG를 단순 사회공헌 수준이 아닌 수익성과 연결된 전략 영역으로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업들은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ESG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습니다. ESG 평가 체계에 있어서도 AI를 활용했을 때 실시간·정량적 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기업이 연 1회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반한 평가는 '사후성'과 '자기보고' 구조라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 AI에 기반한 평가로 옮겨 간다면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을 평가해 ESG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투자와 관련한 스코프3에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금융사의 경우 방대한 투자 정보를 AI를 통해 분석해 환경 점수를 매겨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 교수는 "카드사는 소비 패턴 데이터를 통한 친환경 소비 여부를 분석할 수 있고, 보험사는 산업별 리스크 데이터를 바탕으로 탄소 집약 산업의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다"며 "향후에는 AI가 기업의 탄소 배출과 에너지 효율, 친환경 투자 여부 등을 종합 분석해 실시간 환경 점수를 산출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AI가 단순 업무 효율화뿐만 아니라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세 가지 축에서 각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환경 영역에서는 앞선 사례와 같이 탄소 배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환경 리스크를 감지가 가능합니다.
서재익 한국ESG위원회 상임회장은 "ESG의 사회(S) 관점에서도 공급망 내 노동권 리스크 및 금융 소외계층에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배구조(G) 영역에서도 이사회·경영진의 의사결정 패턴을 분석해 독립성과 다양성 수준을 정량화하거나 대주주 사익편취 모니터링에 AI가 유의미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AI 디지털 혁신은 ESG 경영에서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지배구조적 성과를 향상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데이터 관리·윤리성 확보 관건"
AI 기술 활용을 통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룰 수 있지만 데이터 관리 및 AI 윤리가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AI가 잘못된 데이터나 편향된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오히려 '그린워싱'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데이터 품질을 증폭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지만 ESG 데이터에 대한 수집·정제·검증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ESG 데이터가 텍스트·이미지·뉴스·민원·SNS 등 비정형 데이터 비중이 높아 기업마다 평가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는데요.
금융권 공동에서의 ESG 데이터 표준과 AI 윤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업계 공통의 AI 모델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현재 평가 기관마다 같은 기업에 대한 평가 등급이 크게 엇갈리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AI가 분석한 내용이 신뢰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의 투명한 공개 역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평가 근거가 공개됐을 때 ESG 점수 산출 근거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 상임회장은 "혁신적 그린 테크 모델이 개인정보 및 금융 규제와 충돌하지 않도록 감독 당국과 업계가 협력적 실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데이터 정의와 측정 단위 통일 및 알고리즘을 제3자가 감사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AI 학습 자체가 방대한 양의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AI 인프라로 인한 탄소 배출 또한 고려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문 교수는 "AI를 ESG의 포장 도구로만 사용하면 더 위험한 그린워싱이 될 수 있다"면서 "AI 인프라의 탄소 배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친환경 AI'와 AI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알고리즘 편향 문제를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AI 디지털 전환을 바탕으로 ESG 경영 실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 = 챗GPT)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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