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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28일 16:5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의료로봇 전문기업
큐렉소(060280)가 의료진을 대상으로 소액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는 '기술 개발 투자'를 표면적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재무제표상 자금 조달의 시급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발행이라는 점에서 의료진에 대한 보상 차원, 혹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큐렉소 홈페이지)
무차입인데 5억 CB…조달 배경 의문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큐렉소는 최근 5억원 규모의 제3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공시상 조달자금 전액은 운영자금으로 활용되며, 세부내역에는 '큐비스-조인트(CUVIS-Joint)' 기술개발 등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기재됐다.
그런데 큐렉소의 2025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이미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회사의 유동비율은 2068.85%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5.08%에 그치고 있다. 특히 차입금액은 0원으로 외부차입 없이 자체현금흐름만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보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87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현금성 자산이 넉넉하고,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가 단 5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표면이자율 3.0%, 만기이자율 4.0%라는 비용을 감수하면서 CB를 발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부 발행 조건을 살펴보면 3회차 CB의 전환가액은 현재 회사의 주가 흐름에 따라 1만 6039원으로 책정됐으며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과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및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은 부여되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발행 대상이 하용찬(2억원), 윤선중(2억원), 유준일(1억원) 등 개인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국내 정형외과 전문의들로 파악된다. 하용찬씨는 현재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에서 진료를 보고 있으며, 유준일씨는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윤선중씨는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소속으로 확인된다.
하 씨의 경우 큐렉소가 지난 2월1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큐비스 조인트 THA'를 활용한 고관절 치환술을 집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해당 수술은 큐비스 조인트의 고관절 적응증에 대한 국내 의료로봇기업의 첫 임상 수술 성공 사례로 소개됐다.
이에 공시에서는 발행 대상자 선정 경위에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 시기 등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선정'이라고 기재됐지만, 회사가 제품의 임상적 신뢰도를 높이고, 제품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권위 있는 핵심 의료진을 주주로 포섭해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3회차 CB 발행조건에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리픽싱 조항과 풋옵션·콜옵션이 배제됐다는 점은 이미 이들 의료진과 큐렉간 상당한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진 CB 재등장…외부인용 스톡옵션 논란
큐렉소가 의료진을 대상으로 CB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큐렉소는 지난 2019년 9월에도 4억원 규모의 1회차 CB를 의료진으로 보이는 6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발행한 바 있다. 1회차 CB의 발행대상자에는 하용찬씨도 포함됐으며, 당시에는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3%대였다.
1회차 CB의 경우 발행 이듬해인 2020년 10월7일을 시작으로 전환권 행사가 이뤄졌으며, 2021년 11월 전환권 행사를 끝으로 주식 전환이 완료됐다. 이로써 1회차 CB는 사실상 외부인용 스톡옵션처럼 활용된 모양새가 됐다.
표면적으로는 '무보증' 사채인 만큼 실제 스톡옵션과 달리 의료진들이 투자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짊어짐으로써 보상적 특혜가 아니라 정당한 투자를 진행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의료진이 특정 업체 CB를 보유하게 되면 임상 현장에서 해당 업체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경제적 유인이 생겨 의료적 판단의 객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이번 3회차 CB의 경우 의료진의 입장에선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연 3~4%의 이자를 받음으로써 자금을 묶어둔 데 대한 기회비용을 보상받는 구조가 형성되며, 이는 반대로 자금 수요가 없는 회사가 불필요한 이자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재무적인 비판의 여지도 존재한다. 아울러 비록 소액이긴 하지만 향후 주식 전환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큐렉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시된 내용 이상을 말씀드리긴 어렵다. 공시에서 저희가 대상자 개인정보를 오픈한 것도 없고, 이름만 기재돼 있다"면서 "공시에 기재된 것처럼 큐비스-조인트의 연구개발에 도움이 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그간 진행하셨던 내용들과 앞으로 저희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결정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발행 대상자들의 회사 내 자문 등 관여 여부에 대해 묻는 질의에 대해선 "보시다시피 '사모'로 제3자다. 예컨대 회사에 고문을 맡고 있거나 회사에 이해관계가 있거나 그런 부분이 없으신 분들"이라고 답변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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