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금융당국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잇따라 영입하면서 '전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논란 속에 금융당국의 감독과 수사 권한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규제 대응 역량을 확보하려는 인사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시장에서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규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금융당국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제1차관을 거쳐 제3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금융정책 전문가입니다.
유안타증권(003470)도 정지원 사외이사를 선임했습니다. 정 이사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손해보험협회장을 지낸 금융당국 및 유관기관 출신 인사입니다. 또 금융당국 출신 전관 인사로는 김동회
부국증권(001270) 사외이사(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 강선남
한양증권(001750) 사외이사(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조효제
LS증권(078020) 사외이사(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이 있습니다.
일부 증권사는 금융당국 정책 자문기구 활동 경력을 가진 학계 인사들도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위원과 금융감독원 블록체인자문단 자문위원을 지낸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자본시장분과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이배 덕성여자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또 KB증권은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총괄국 수석조사역 출신인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내부통제 문제와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신증권(003540)은 지난 3월 전직 부장이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되며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고위 임원의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2호 사건’으로 결정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내부통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내부통제 리스크는 전관 인사가 선임된 증권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부서장급 직원이 약 1289억원 규모 파생거래 손실을 내고 이를 은폐하려 했지만 회사가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유안타증권도 작년 금융당국 검사에서 사모펀드 설명 의무 위반과 차명거래 알선 등이 적발돼 과태료 제재를 받은 바 있습니다. 부국증권은 대출 건전성 악화와 내부통제 문제 등이 지적되며 금융당국 제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양증권에서는 2021년 약 35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배임 사건이 최근 업무 점검 과정에서 확인됐고, 2023년에도 전직 임원이 약 21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되는 등 내부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LS증권 역시 부동산 PF 리스크와 수익성 둔화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며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처럼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문제가 반복되면서 금융당국의 감독 강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에 인지수사권이 부여되면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 권한도 확대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사외이사의 권한 자체도 확대되는 흐름입니다. 일부 증권사는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용국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고, NH투자증권은 민승규 사외이사를, KB증권은 최철 사외이사를 각각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만큼 정책과 감독 체계를 이해하는 전문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사외이사가 규제 대응 창구 역할에만 머물 경우 이사회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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