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중동발 긴장감에 국내 증시가 또다시 흔들렸습니다. 중동 전쟁이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확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코스피가 5000선 초반까지 밀려나며 큰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장중 한때 5150선까지 밀려나며, 사상 첫 6000선 돌파 이후 기록한 역대 최저치인 5059.45(4일 장중 저가)를 위협하는 등 심리적 마지노선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장 초반 5%대 급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오후 들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블랙 먼데이'급 대폭락은 피했습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1.57포인트(2.97%) 하락한 5277.30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지수는 전장보다 4.73% 폭락한 5181.80으로 출발해 장중 5.29% 폭락한 5151.22까지 추락하며 공포 장세를 연출했습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8815억원, 8944억원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외국인은 2조1306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압박했습니다. 코스닥 역시 3.02% 내린 1107.05로 마감하며 가까스로 1100선을 사수했습니다.
이날 증시를 압박한 주요인은 에너지 공급 불안이었습니다. 중동 전쟁이 5주째로 접어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가 정점에 달했습니다. 이날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각각 110달러, 100달러선을 다시 돌파했습니다. 이달 들어 브렌트유는 60% 가까이 상승, 이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나타났던 상승폭보다 큰 수준입니다. 시장은 최근 중동 리스크가 '유가 급등→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수요 위축 및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증시 개장 직전 외신 인터뷰에서 "이란의 석유를 가져오길 원한다"며 이란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미군의 직접적인 지상전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매도세를 자극했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에 "이란과 협상을 극도로 잘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고, 미국과 이란 간의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수 낙폭은 일부 축소됐습니다. 다만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협상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일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혼조된 메시지와 중동 정세 불확실성으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부분 하락 마감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1.89%)가 17만원대로 밀려나고
SK하이닉스(000660)(-5.31%)가 급락하며 반도체 대장주들이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반면 이란의 생산 시설 공격 여파로
삼아알미늄(006110)(7.28%) 등 알루미늄주가 급등했습니다. 나프타 수급 차질로 플라스틱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자 한국팩키지(29.9%), 에코플라스틱(5.26%) 등 '탈 플라스틱' 테마주들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외환시장의 부담은 가중됐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주간 종가 대비 6.8원 오른 1515.7원을 기록하며 일주일 만에 다시 1510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JP모건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캐스먼은 "해협 봉쇄가 한 달 더 이어질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산업 부문의 에너지 공급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모닝스타 리서치의 자비에르 리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전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단기 변동성 확대 시 5300선 이탈 여부가 중요하며, 5000선 이하부터 4700선까지 분할 매수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증시는 미·이란 협상, 미국 주요 지표, 한국 수출입, 반도체주 변동성 등 영향으로 5100~5900포인트를 예상 레인지로 본다"고 했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5438.87)보다 161.57포인트(2.97%) 하락한 5277.30에 마감한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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