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경제전망' 앞둔 OECD…중동발 성장률 하향 '불가피'
26일 OECD 중간 경제전망 발표
글로벌 성장 2.9%→'하향 예상'
"시장 공포, 예측치 앞지르고 있어"
고물가 우려에 관세 디플레이션까지
4월 에너지 대란 우려는 '일단 진화'
2026-03-23 17:43:53 2026-03-23 17:59:0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세계 경제가 중동 사태 장기화와 트럼프 관세 리스크의 복합 변수에 직면하면서 성장 경로의 하방 압력이 한층 더 확대될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간 경제 전망 발표를 앞두고 있어 성장 전망을 바라보는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습니다.
 
23일 산업통상부의 '중동상황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 따르면 오전 7시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3.50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99.98달러를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성장 경로 '하방 압력'
 
23일 정부와 기관 등에 따르면 중동 사태 등을 반영한 성장률 조정치가 오는 26일 OECD 중간 경제 전망 발표 때 나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중간 전망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존 전망을 점검·보완하는 성격입니다. 당시 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9%, 내년을 3.1%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 사태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성장 경로에 대한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가별로 올해 미국은 1.7%(내년 1.8%), 유로존 1.2%(1.4%), 영국 1.2%(1.3%), 일본 0.9%(0.9%), 중국 4.4%(4.3%), 인도 6.2%(6.4%), 한국 2.1%(2.1%)로 전망했으나 하향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충격이 빠르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산업통상부 내 '중동상황 대응본부'에 따르면 오전 7시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3.50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99.9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말 대비 각각 56.6%, 49.2% 급등한 수준입니다. 두바이유는 2월 말 71달러 수준에서 3월 중순 166달러까지 급등하는 등 사실상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상승폭(약 36%)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겁니다.
 
해외 주요 기관들도 중동 분쟁 확산에 따른 하방 리스크를 꼬집고 있습니다. 최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세계 인플레이션율은 0.4%포인트 오르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0.1~0.2% 감소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전쟁 초기 유가 상승폭(49.8%)을 IMF 모델에 대입하면 올해 세계 성장률은 2.6% 선까지 후퇴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지난 16일 두바이유가 166달러까지 치솟으며 130%가 넘는 폭등률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열어둬야 하는 상황입니다.
 
블룸버그가 전면전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1.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도 호르무즈 해협이 60일 이상 폐쇄될 경우 유가가 2008년 고점인 145달러를 넘어설 것이라 경고했으나 현 두바이유는 이를 상회한 상황입니다. 시장의 공포가 예측치를 앞지르고 있는 겁니다. 
 
지난 11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인플레에 관세 디플레이션까지 '침체 도화선'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도 불안합니다. 주된 리스크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실질소득 감소', '관세 디플레이션'을 지목합니다.
 
인플레이션의 경우는 유가 급등이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실질소득 감소는 유가·물가 상승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잠식해 내수 소비를 얼어붙게 하는 요인입니다.
 
특히 중동 사태뿐만 아닌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를 놓고 물류비 폭증·보복 관세가 결합된 '관세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세 디플레이션은 보복관세 전쟁으로 인해 물건값이 비싸져 소비를 하지 않게 되며 그 결과 전 세계 물동량과 수요가 꽁꽁 얼어붙어 경기가 극심하게 침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관세로 수입 원가와 물류비가 오르고 가격이 비싸 구매를 포기하는 식입니다. 물건이 안 팔리면 기업은 공장 가동을 멈추고 고용을 줄이는 연쇄 반응을 일으킵니다. 물가는 고유가 때문에 높은데 실질적인 경제활동인 거래량이 바닥을 치는 등 '수요 부족에 의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의미합니다.
 
최근 전미경제조사국(NBER)의 연구 분석을 보면, 관세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실질 GDP는 약 0.9% 감소합니다. 제조업 생산은 1.5% 이상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경기 위축 효과가 공급망 비용 상승분을 압도하면서 결과적으로 물가를 하락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주목할 점은 관세가 경제의 적정 금리 수준인 '자연이자율'을 약 30bp(0.30%포인트) 하락시킨다는 대목입니다. 수입 중간재와 자본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은 투자를 포기하게 되고 자본 수요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금리 하락 압력을 만듭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4월 도입하는 원유 물량이 평소보다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대체 물량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4월 중순 비축유 방출까지 전체 수급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산업통상부)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주요국 소비자물가(CPI)가 연간 0.15%~0.25%포인트 하향 조정되는 등 관세가 '물가 폭탄'이 아닌 '경기침체형 저물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더욱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작용할 경우 관세로 인한 수요 위축 효과와 함께 물가 흐름이 단순한 상승·하락이 아닌 복합적인 경로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정부도 전방위적 대응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조속하고 선제적인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산업통상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합의한 비축유 방출을 4월 중순 개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우리나라는 IEA의 비축유에 대해 2246만배럴(향후 3개월간 방출)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한 2400만배럴 도입까지 최소 4월까지는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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