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단기 수혜가 기대됐던 국내 해운업계도 급등한 원가 부담에 실적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운임 상승보다 유류비·보험료 인상폭이 더 큰 데다, 이를 즉시 운임에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형국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과 유조선을 순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일 해운 연료 가격 정보업체 쉽앤벙커(Ship & Bunker)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박유(VLSFO) 가격은 중동 사태 이전인 2월 27일 톤당 710달러에서 3월 19일 1070달러로 약 50% 급등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1120.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 선박유는 중동산 원유를 싱가포르에서 정제해 공급하는 연료로, 국적 선사들이 실제 급유 과정에서 참고하는 대표 가격 지표입니다.
이에 따라 선박 운항 원가에서 유류비 부담도 크게 확대됐습니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유류비가 전체 선박 운항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동 사태 이전 18.6%에서 최근 31.1%로 급등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상운임 상승폭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대표적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중동 사태 발발 전 1319에서 1710.35로 약 30%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급등한 보험료도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쟁 전 선박가액의 0.2~0.25% 수준이던 호르무즈 인근 전쟁위험 보험료는 3월 초 0.75~1%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이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최근 해당 보험료가 약 5%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유류비와 보험료가 폭등해도 해운업계가 이를 운임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입니다. 해운업 특성상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비용 증가분을 즉시 운임에 전가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류비 상승분을 반영하는 유류할증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화주들 역시 비용 부담 확대에 민감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를 둘러싼 단순 수혜론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더 커졌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홍해 사태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대체 항로가 없어 운임 상승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데다, 물동량 감소와 유류비·보험료 급등이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겉으로는 중동향 운임이 오른 것처럼 보여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간이 없어, 해운업계가 반사이익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은 홍해 사태처럼 우회 항로로 대응해 운임 상승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대체 항로가 없어 물동량은 줄고 유류비와 보험료만 뛰면서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겉으로는 중동향 운임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운임 상승 수치만 보고 해운업계 전반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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