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사형선고"…새벽배송 논의 '진통'
소상공인 "공익 부정하는 것"…19일도 시위 예정
여당 내 이견…"현장 목소리 반영해 재논의 해야"
정부도 생상 중요성 지적…지선 표심과도 직결돼
신선제품 제외 대안은 실효 없어…실행 부침 예상
2026-03-11 16:19:41 2026-03-11 18:03:32
홍천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이사 겸 서울권역 회장(앞줄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열린 '재벌기업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당정이 추진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문제를 두고 소상공인 업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온라인 유통 채널 장악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빗장까지 풀어주는 건 소상공인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에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확정했던 여당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1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의 기존 오프라인 의무 휴업일은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과 포장·반출은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대형마트가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새벽배송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입니다.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받아왔던 반사이익을 일부 제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골목상권 숨통 완전히 끊어놓나"
 
이 같은 당정의 행보에 소상공인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저지가 불발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청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들은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 사무소 인근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영업 제한 등은 지난 2018년 헌법에 규정된 '경제 영역에서의 국가 목표'를 구체화한 정책으로 공익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치영 소공연 회장은 "당정이 '소비자 편익'을 명분으로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려는 것은 지난 십 수년간 골목상권을 지켜온 유통산업발전법이라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걷어내는 처사"라며 "790만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정이 유통산업발전법이 가진 공익적 가치를 부정하며 대기업에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헌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홍천표 권역회장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심야 배송을 시작하면 도심 곳곳이 거대 물류 거점으로 바뀌고, 동네 수퍼의 유일한 경쟁력인 ‘근접성’과 ‘신속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상황이 격화하자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 소상공인위원장인 오세희 의원은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마트에게서 골목상권을 지키자는 취지로 시작된 정책인 만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해 재논의해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오 의원은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골목상권은 같은 지역 내에서 고객층이 직접적으로 겹친다"며 "태생부터 온라인을 기반한 쿠팡, 마켓컬리, 네이버 장보기와 대형마트를 동일선상에 두고 점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이번 새벽배송 추진은 기존 상생의 안전장치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역시 상생 문제를 정책 실행의 전제로 제시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에서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상생안이 명확하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일방적으로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처럼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하면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문제는 당분간 논쟁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특히 지방선거를 10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소상공인 표심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는 정치권의 또 다른 민감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선제품 제외 새벽배송이 대안?…마트 "실효 없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되 신선식품 배송을 제외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전통시장과 동네 마트의 핵심 매출 품목이 신선식품인 만큼 해당 품목을 제외해 골목상권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이런 방식의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합니다. 실제 대형마트 매출 구조에서 식품 비중은 70%를 웃돌고,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육류·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벽배송 서비스 자체도 신선식품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마트업계가 국회의 절충안을 두고 "사실상 인건비도 안 남겠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절충안 역시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어느 쪽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상생 방안과 규제 체계를 함께 재설계하지 않는 이상 새벽배송 논쟁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이 기업에도 실효성이 없는 사업이 되고, 소상공인의 반발도 잠재우기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책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소상공인 단체들은 오는 19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1000명 규모의 대형마트 새벽배송 반대 집회를 벌일 계획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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