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운영 기조 '안정공고화·질적 발전' 설정"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9차 당대회 경제 분야 평가
2026-03-10 06:00:00 2026-03-10 06:00:00
북한 조선중앙통신(KCNA)이 제공한 촬영 날짜 미상의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은 조선노동당 9차 당대회를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평양시 모란봉구역 4·25문화회관에서 진행했다. 당이 국가를 지도하는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집권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는 최대 규모 정치 행사이자 실질적으로도 최상위 회의체다. 김일성 주석 시절인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김정일 위원장 집권기에는 한 번도 열지 않다가 김정은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2016년 7차 당대회 5년 주기를 지켜왔다. 지난 5년을 결산하고 향후 5년간 북한의 비전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이번 북한의 9차 당대회는 폐회 3일 만인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면 공습하면서 급속히 관심권에서 사라졌다.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뺏겼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해방 이후 남북 관계를 '비정상 관계'라고 규정하고 "가장 적대적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착화한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조건부 대화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통미봉남'(通美封南)', '통미적남(通美敵南)' 노선과 함께 경제 분야에 대한 북한의 평가와 전략도 빼놓지 않고 주목해야 할 대목임은 분명하다.  
 
'경제실패' 자인한 김정은올해는 "인민경제발전 5개년 계획 완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최은주 박사는 지난 6일 발표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 경제·민생 분야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19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자연재해가 겹친 상황에서 복구와 버티기에 치중했던 8차 당대회와 달리, 9차 당대회는 국경 재개로 교역과 이동이 회복되고 경제 규모 또한 2020년 대비 약 10%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면에서 개최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당대회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 비해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열렸다는 분석으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도별 북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와 한국개발연구원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3.0% 수준)를 2020년 지수(100) 기준으로 누적 산출해 보면, 2020년 대비 2025년 말 북한의 실질 GDP 규모는 약 109.8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21년 8차 당대회 당시 직전 5년을 결산하며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하였다"고 경제 실패를 자인했다. 그러나 이번 9차 당대회 개회사에서는 "경제 분야에서 인민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기본적으로 완수"되었다고 했다. 이일환 (선전선동 담당) 당비서도 김정은을 총비서에 재추대하자는 제안에서 "드디여 국방이 선차냐, 경제가 선차냐 하는 문제 자체를 논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사탕알은 없어도 총알은 있어야 한다던 우리 인민의 신념이 이제는 사탕도 총알도 다 있어야 하며 우리는 결심하면 무엇이든지 모두 만들어낸다는 자신감으로 승화되었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9차 당대회가 경제 운영의 기조를 고속 성장보다 '안정 공고화'와 '질적 발전'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단기 실적에 매몰되어 중장기 성장잠재력이 침식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생산 공정의 현대화와 관리 체계의 정교함을 통해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조건에서 북한이 고속 성장보다 운영의 안정성과 관리 역량 강화를 앞세운 것은 현실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 뒤 "따라서 9기 경제의 성패는 선언된 목표의 규모보다 공급과 가동의 안정성, 유지보수와 운영 관리의 정상화, 미래산업과 인프라 투자로의 연결 여부에서 가늠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9차 당대회 경제·민생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방발전정책이 향후 5년 동안 추진될 핵심 사업으로 재확인되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은 매해 20개의 시·군에 지방공업공장과 병원, 종합봉사소를 건설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이미 연간 사업으로 제도화되었으며, 새로운 농촌혁명강령이 결합되면서 지역 단위, 특히 낙후된 지역의 생활환경과 생산체계를 함께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로 확장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만 지방발전정책 또한 건설 실적이 아니라 건설 이후 운영의 지속가능성이 정책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지난해 2월6일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평양시 강동군병원과 종합봉사소 건설 착공식 장면. (사진=뉴시스)
 
"상호호혜 관점에서 협력 의제 재설계 필요" 
 
보고서는 북한이 밝힌 경제 분야 전략에 대한 '한국의 정책적 대응 방향'에 대해 우선, "북한 경제의 성장률 추정과 같은 거시적 분석에 더해, 실제 경제 운영의 실효성과 민생 부문의 실태를 파악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면서 "특히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시·군 단위에서 자립적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가 북한 당국의 정책 집행 역량과 체제 복원력을 가늠하는 실질적인 척도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상호 호혜의 관점에서 협력 의제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현재 인도주의나 시혜의 논리만으로는 북한의 호응 가능성이 낮아지는 흐름이 뚜렷하다 △동아시아 차원의 공공재 의제로 보건과 재해 대응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북한의 보건의료 체계가 안정되고 비상시 대응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이웃 국가들에도 실질적인 이익이 된다 △초국경 인프라 및 물류 네트워크 연계와 같은 거시적 협력 의제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정책 옵션을 마련해야 한다-교통, 물류, 에너지망의 통합 및 연계는 단순한 남북 간의 현안을 넘어 주변국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투영된 역내 경제 구도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는 제안을 덧붙였다.
 
김정은이 "경제 분야에서 인민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기본적으로 완수"됐다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경제 운영의 기조를 고속 성장보다 '안정 공고화'와 '질적 발전'으로 설정할 수 있는 배경에는, 2021년 8차 당대회 약 1년 뒤인 2022년 4월에 발발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제는 러시아 전쟁이 종결되고 '러시아 특수'가 줄어든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이냐는 점이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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