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힘 대 힘'…정점에 '희토류'
희토류에 물고 물린 3국…한국에도 영향 '불가피'
2026-01-09 17:22:16 2026-01-09 17:22:16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이중용도물자(민간·군용 동시 활용 가능 물자)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연초부터 미·중과 중·일 간 '힘 대 힘'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중국의 제재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 역시 중국의 움직임에 경계하는 모습인데요. 미·중 패권 경쟁과 중·일 갈등 정점에는 '희토류'가 놓였습니다. 이런 여파로 한국 산업 역시 연쇄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희토류 공세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중부 장시성 간셴현의 한 희토류 광산에서 장비를 이용해 채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Chinatopix via AP.연합뉴스)
 
중, 일 경제에 직접 타격…전략 물자 '안보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일본으로 향하는 희토류 수출 허가 신청 심사가 중단됐습니다. 수출 허가 제한은 일본 방위산업 기업뿐 아니라 일본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됐습니다. 중국은 지난 6일 이중용도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산 이중용도 품목이 일본으로 이전될 경우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까지 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핵심 안보 사안으로 간주하는 만큼, 해당 발언을 명분 삼아 전방위 압박에 나선 셈입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물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일본 기업과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고수위 제재'가 가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희토류는 중국이 압도적인 생산 비중을 가진 필수 자원으로, 중국이 이를 전략 물자로 안보화하면서 중·일 갈등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공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상대국에 실질적인 압박이 가능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미·중 간 갈등 국면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관세 보복에 맞서 희토류 통제를 무기로 삼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던 전례와 맞닿아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압박에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 상호 조치(관세 및 통제)의 유예에 합의하며 잠시 교착 상태가 완화됐는데요. 다만 기술 통제 등 일부 조치가 유효한 만큼 미·중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합니다.  
 
희토류는 미·중 간 공급망 전쟁의 핵심으로, 미국 주도의 반중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중국이 사용하는 지렛대입니다. 미·중·일 모두 희토류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도 중국 견제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견제에 맞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린란드에서 진행 중인 희토류 등 핵심광물 채굴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나에겐 국제법이 필요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과 조약이 아닌 국가의 힘을 결정한다는 인식을 가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 전 세계 생산량 독점…전문가 "의존도 낮추려면 10년 소요"
 
미국이 희토류 사업에서 단시간 내, 중국을 추월하기엔 무리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중 생산량 중 70%(2024년 기준·27만톤)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급량은 90% 이상으로 정련(광석에서 희토류를 분리, 정제하는 기술) 분야도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90일 단위로 연장하며 미국 중간선거 시점과 연동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중국이 연장을 중단할 경우 미국 정치·산업 전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서 각각 약 40%, 80% 이상을 중국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어 희토류가 막히면 산업 전반이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공세를 펼칠수록 한국 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지는 겁니다.

현재 한·중·일의 공급망 구조는 중국이 원소재, 일본은 가공 소재 담당, 한국이 완제품을 생산하는 구조입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 교수는 "첨단 산업 공급망은 중국의 원자재, 일본의 소재, 한국과 대만의 제조, 미국과 유럽의 장비·기술이 맞물린 구조"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어느 한 고리만 끊겨도 완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상호 얽힘의 체계"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려운데요.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대체 공급망을 추진하고 있지만 채굴보다 제련·정제 기술이 핵심인 희토류 산업 특성상 중국 의존도를 의미 있게 낮추기까지는 최소 5~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일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희토류'에 대한 논의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방일 브리핑 중 희토류 관련 질문을 받고 "희토류 수출 통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고, 우리에게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아직은 모르겠지만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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