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권성동 또 '위법수집증거' 논란
권성동 측 "특검, 영장과 무관 증거 수집"
강원랜드 채용비리도 위수증 인정돼 '무죄'
특검, 윤영호 자백에도 권성동 면죄부 줄까
2025-12-18 17:24:48 2025-12-18 17:24:48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받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재판에선 위법수집증거 논란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권 의원은 과거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때도 위법수집증거를 주장하며 무죄를 받은 바 있습니다. 김건희특검은 윤 전 본부장 진술 등을 근거로 권 의원에 대한 유죄를 자신하지만, 그동안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권 의원 무죄 가능성도 점쳐지는 게 사실입니다. 
 
권 의원은 21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으로부터 교단 지원 등에 관한 청탁을 받고 현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김건희특검에 의해 구속기소됐습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보낸 메시지(“드린 건 작지만 후보님 위해 요긴하게 써달라”) △윤 전 본부장의 다이어리(‘큰 거 1장 support’) △윤 전 본부장 배우자 이신혜 전 통일교 재정국장이 찍은 1억원 사진 등을 주요 증거로 들고 있습니다.  
 
지난달 3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통일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권 의원 측은 특검이 위법하게 수사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검이 주요한 증거들을 위법하게 수집했다는 겁니다. 위법수집증거 주장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검 압수수색입니다. 당시 검찰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받은 고가 목걸이를 김건희씨에게 전달했다는 혐의(알선수재)에 관해 윤 전 본부장 자택과 통일교 본부를 압수수색하던 중 윤 전 본부장의 컴퓨터 메신저와 다이어리 등에서 권 의원 혐의를 포착했습니다. 
 
이게 관해서 권 의원 측은 검찰의 포착한 단서는 당시 영장에 적시된 윤씨의 혐의와 무관한 정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혐의와 무관한 별건 혐의를 발견하면, 즉시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거나 그렇지 않으면 즉시 폐기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별도 영장 없이 권 의원 혐의 관련 증거를 보관하고 있다가 특검에 이관했고, 특검은 이를 근거로 권 의원과 윤 전 본부장을 기소했다는 게 권 의원 측 주장입니다. 
 
권 의원 측에 따르면, 특검이 지난 7월18일 집행한 권 의원과 윤 전 본부장의 압수수색 영장 압수목록엔 문제가 된 컴퓨터 메신저와 다이어리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권 의원 측은 지난해 12월 검찰이 압수한 증거를 기반으로 추가 증거를 확보하려고 지난 7월 추가 압수수색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하고 통일교의 현안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서 쟁점은 영장 혐의와의 관련성입니다. 압수수색 영장의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면 발부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특검은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혐의와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별도의 영장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청탁이라는 동일한 범행 동기를 갖고 전성배씨와 권 의원을 만나는 등 이른바 ‘투 트랙’으로 윤석열씨 부부에게 접근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객관적 관련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법원 판례를 고려하면, 권 의원 측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는 게 법조계 평가입니다.
 
최근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의 대법원 판례가 대표 사례입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변호사비 대납 등 혐의에 관해 박 전 회장 집에서 압수수색을 벌이던 중 황금도장 2개를 발견했습니다. 검찰은 별도 영장 없이 추가 수사를 벌여 자회사 대표로부터 임명 대가로 황금도장을 받았단 사실을 확인, 추가 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지난 4월 황금도장을 위법수집증거로 판단, 관련 혐의를 유죄로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황금도장 등은 위 범죄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지 않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시간과 장소, 범행 수단과 방법, 수수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의 내용 등이 공통되거나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 뇌물수수 의혹 1심 사건, 신경호 전 강원도교육감 뇌물수수 의혹 1심 사건 모두 같은 이유로 위법수집증거가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거나 형량이 대폭 줄었습니다. 18일 선고된 민주당 돈봉투 수수 의혹 항소심도 검찰의 위법수집증거가 인정돼 유죄에서 무죄로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전 본부장이 김씨에게 목걸이를 건넨 행위, 권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넨 행위는 전혀 다른 행위”라며 “권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특검이 직접 증거를 수집한 게 아니라 검찰로부터 증거를 이첩받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관해선 재판부 판단을 받아볼 만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권 의원 측은 특검이 검찰로부터 증거를 넘겨받을 때 그것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인지’ 판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권 의원 측의 김주선 변호사는 지난 17일 권 의원 결심공판에서 “제가 검사 생활을 20년 했는데, 이 사건을 지휘한다면 당연히 검찰로부터 온 증거가 위법수집증거인지 반드시 확인했을 것”이라며 “위법수집증거가 적법한 증거로 재탄생할 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권 의원 측의 임성근 변호사도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이 도입됐던 상황을 언급하며 “당시 법원 대표로 국회 법사위에서 관련 논의를 했는데 검찰은 굉장히 반대했었다”며 “이후 법원 판례가 확립됐는데도 검찰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판사 출신인 임 변호사는 법원에서 근무할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해 법리 해석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만약 법원에서 권 의원 측 주장을 받아들여 위법수집증거를 인정한다면, 설사 윤 전 본부장 자백이 있더라도 권 의원에게는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특검은 명백한 혐의를 포착하고도 절차적 실수로 유력 정치인을 면죄부 줬다는 비판과 함께 수사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다음달 28일 오후 3시 권 의원 선고기일을 잡았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