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교육까지 받았는데 '역량 부족'으로 채용 거부되면?
2025-11-10 13:28:47 2025-11-10 14:31:41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근로계약을 맺기 전 나흘간 업무 교육을 시킨 후 채용을 거부한 행위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정문 앞 모습. (사진=뉴시스)
 
A씨는 2023년 10월쯤 의료기기 등을 사고파는 B회사의 한 지점에서 4일간 총 16시간 동안 업무 교육을 받았습니다. 상품의 용도나 위치, 고객 응대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B회사는 전화로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에 A씨는 울산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습니다. 울산 지노위는 A씨에 대한 구제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B회사는 지노위 판단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도 울산 지노위와 같은 판정을 내렸습니다. B회사는 다시 불복해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낸 겁니다. 
 
B회사는 A씨가 교육받은 지점은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A씨가 시용근로자(확정적 근로계약 체결 전에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부당 해고에 관한 규정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제한하는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B회사의 지점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부당 해고가 아니게 되는 겁니다. 또한, 대법원은 시용 계약을 근로관계로 보면서도 사용자가 시용근로자의 능력이 부족한 경우 시용 기간 중이나 만료 시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A씨가 시용근로자가 아니라면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은 것이므로 부당 해고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B회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주장에 대해 B회사는 본점과 지점이 하나의 정관을 보유하고, 의사결정이 독자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본점의 대표이사와 지점의 대표자가 동일하고 A씨의 채용 면접을 대표가 직접 봤다는 점을 보면 본사와 지점이 경영상 일체를 이뤄 운영되는 사업장이라는 겁니다. 
 
A씨와 B회사 간에는 묵시적으로 시용계약이 성립했다고 봤습니다. A씨가 나흘간 4시간씩 매장에 있는 상품의 용도와 위치를 파악하고 고객 응대 방법 등 교육 내용이 채용 공고의 근로 내용과 동일하고, 교육 기간에 대한 일당을 급여로 지급한 것을 볼 때 업무 교육을 위한 근로관계가 성립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A씨가 시용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상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해고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4일간 4시간씩 총 16시간의 업무 교육만으로는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이나 자질 등 업무 적격성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평가나 교육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무 기간이 매우 단기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개선의 기회가 부여될 수 있었으므로 업무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해고했다는 B회사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확정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의 고용관계에는 시용 관계와 채용 내정이 있습니다. 둘 다 사용자에게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계약 관계이지만, 시용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반면, 채용 내정은 본채용 예정일까지는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없습니다. 
 
대법원은 시용 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 기간 만료 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 봅니다. 하지만 시용근로자의 업무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 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 사회 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고 각 사업장의 취업 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해고가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봅니다. 사회 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해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 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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