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기후위기와 신종 감염병, 유해화학물질 노출 등 환경보건의 위협이 일상화되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이 핵심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각종 환경 센서, 위성 자료, 의료·건강 데이터 등 방대한 정보가 축적되면서 AI가 환경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정책 대응 속도에도 고삐를 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처별로 다른 데이터 수집 체계와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AI 생태계가 산업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공공정책 분야에서는 여전히 실증 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은 한계로 지목됩니다. 환경보건 정책을 혁신하고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의 연구 결과물과 생성형 AI 기술의 적극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환자와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경보건의 새 도구 'AI'
7일 한국환경연구원의 'AI 기술의 환경보건 정책 활용 동향 분석'을 보면 AI는 환경 유해인자 감시와 함께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됩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모니터링이 경우 연구개발(R&D) 과제를 통해 IoT 기반 환경 모니터링 센서를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 머신러닝을 이용한 최적화 알고리즘을 제안하는 등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실내외 환경 유해인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AI 분석 기법을 적용, 노출 평가를 수행합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실내 온습도, 세균·곰팡이 등 생물학적 유해인자의 변화를 예측하는 기술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더욱이 화학물질의 안전성 평가에서 AI 기술은 동물대체시험법과 결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는 공공부문에서 주로 업무 효율화 방향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환경보건 분야에서도 잠재력이 높은 상황입니다.
AI의 가장 큰 장점은 데이터 속 패턴을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입니다. 과거 환경보건 정책은 오염사고 발생 이후 피해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관리형'이 주류였다면 AI는 오염물질 확산이나 기후 요인 변화가 건강에 미칠 영향을 사전 예측해 예방적 조치를 가능하게 합니다.
예컨대 미세먼지 농도, 기상 패턴, 의료기관 방문 데이터를 AI로 학습시키면 특정 지역에서 천식이나 호흡기 질환 환자 급증 시점을 사전 예측할 수 있는 식입니다. 영국·미국·일본 등은 이미 해당 방식으로 도시 단위 환경건강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입니다.
현행 우리나라도 환경·보건 데이터를 상당 수준 확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후환경에너지부의 대기질·수질 모니터링 망,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감시 체계,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보험 데이터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4월24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수인성질환팀 연구원들이 채수한 바닷물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데이터 거버넌스' 뒷받침돼야
문제는 해당 데이터들이 서로 다른 형식과 관리 체계로 분리돼 AI가 학습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 셋으로 구동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초미세먼지 농도와 호흡기 질환 발병률을 연계하려면 시간·공간 단위가 일치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수집 주기와 범위가 달라 단순 비교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데이터 표준화 부족과 부처 간 기술적 장벽 등 데이터 거버넌스의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기후부와 질병청 등이 공동한 '환경보건 데이터 통합 플랫폼' 사업이 있습니다. 환경(대기·수질·토양·소음·화학물질) 및 보건(건강피해·역학자료·질환률 등) 데이터를 통합·연계·분석할 수 있도록 구축된 데이터베이스, 분석 체계로 AI 기반 예측 모델·조기 경보 체계·정책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활용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데이터 간 연계의 실질적 구현이 아직 미흡하다고 본다. AI는 더 이상 기술의 영역이 아니다. 환경보건 정책에 AI를 접목한다는 것은 정부 행정이 데이터를 '읽고 예측하는 능력'을 갖춘다는 얘기"라며 "AI 윤리·법제 정비와 거버넌스 구축, 연구기관과의 상시 협력 체계 제도화, 전문 인력 및 인프라 확충 등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환경보건전국네트워크, 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참석자들이 지난 8월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태아, 영유아, 어린이 피해 추모를 위한 유품전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에 '생성형 AI' 기술 관건
임미영 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환경보건 분야에서는 환경보건 데이터베이스 구축, 환경 유해인자 모니터링, 빅데이터 플랫폼, 독성 예측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환경보건 연구개발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해당 결과물을 환경보건 정책에 구체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공공부문과 관련해서는 "업무를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환경보건 분야의 기존 민원 접수 상담 및 챗봇 서비스에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한다면 업무 효율성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부 및 공공부문 서비스는 특화 검색, 반복적 문서 작성, 민원 상담 어시스턴트, 범용 서비스 연계 확장 등의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며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의 화학 3법과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환경보건법 등의 환경보건 서비스 관련 민원 업무에 생성형 AI 기술 도입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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