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시장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협력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뛰어드는 중입니다.
플랙트그룹이 공급하는 공기냉각, 액체냉각 등 주요 공조 솔루션 제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기업 플랙트그룹 인수 절차를 지난 6일 마쳤습니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대형 상업시설·병원용 중앙공조 및 정밀 냉각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으로, 유럽·중동·아시아 등 지역에서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브랜드와 조직을 유지하면서 향후 하드웨어부터 운영 플랫폼까지 통합 솔루션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유명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한 채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M&A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냉난방공조 시장의 경우 지역별로 입지를 구축한 브랜드들이 있다”며 “이름을 바꾸게 되면 브랜드 파워가 떨어져 오히려 사업이 잘 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공조사업은 에어컨, 히트펌프 등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중심의 시장이었지만, 각종 산업·대형 건물용 솔루션과 데이터센터 중앙공조 등 기업간거래(B2B) 비중이 늘어나면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발열량을 잡을 냉각 솔루션 시장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시장 전망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HVAC 시장은 지난해 3016억달러(약 415조원)에서 2034년 5454억달러(약 7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HVAC 사업에서 30% 이상의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지난해 에코솔루션(ES) 사업부를 신설, 2030년 매출 2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데이터센터 내 CPU·GPU 칩의 열을 직접 냉각시키는 액체 냉각 솔루션인 LG전자의 냉각수 분배 장치(CDU). (사진=LG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JV)인 ‘삼성 레녹스 HVAC 노스 아메리카’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지난 9월 캐나다의 HVAC 유통사 ‘파워매틱’과 미국 미시간주 기반의 ‘에어테크’ 등과 협력을 발표하며 파트너 네트워크를 넓혔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삼성전자가 인프라 역량을 키워 AI 산업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공조 사업에 먼저 뛰어든 LG전자는 지난 6월 유럽 최대 온수 솔루션 기업인 노르웨이 OSO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OSO는 LG전자에 인수된 후에도 독자적인 온수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며 기존 OEM 업체와의 관계도 더욱 강화해 사업 확장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플렉스와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두 회사는 LG전자의 칠러, 냉각수 분배 장치(CDU) 등 고효율 냉각제품과 플렉스의 IT·전력 인프라 등을 결합해 ‘모듈형 냉각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플렉스는 엔비디아와 모듈형 데이터센터 구축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LG전자가 해당 공급망에 진입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특히 LG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략도 힘쓰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유통 기업 셰이커그룹, 데이터 인프라 기업 데이터볼트와 HVAC 솔루션 공급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사우디 네옴시티 내에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공급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발열량이 늘고 있어 냉각 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라며 “고객 수요에 맞춰 열을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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