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적기시정조치 부당" 롯데손보 직원들 거리로 나섰다
2025-11-06 16:48:28 2025-11-06 17:03:18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롯데손보는 최근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등 주요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계(ORSA) 도입 유예를 근거로 자본적정성 부문의 비계량 평가에서 4등급을 매기면서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올랐는데요. 노조는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대외 투쟁과 소송전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 롯데손보 경영개선권고 부과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19차 정례회의에서 롯데손해보험에 적기시정조치 중하나인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습니다. 적기시정조치(PCA)는 주요 건전성 지표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진 금융사를 상대로 경영 개선을 이행토록 강제하는 행정조치입니다. 적기시정조치는 건전성 악화 정도에 따라 △경영개선권고(1단계) △경영개선요구(2단계) △경영개선명령(3단계)로 구분됩니다. 
 
감독·관리 기관인 금융감독원이 경영실태평가(RAAS)를 통해 부실 금융사의 재무 상황을 점검하고 결과를 금융위에 보고하면, 금융위가 이를 바탕으로 제재나 조치 등을 최종적으로 의결·결정합니다. 경영실태평가는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경영관리 △보험 △투자 △금리 △유동성리스크 △자본적정성 △수익성 등 7개 부문을 1~5등급으로 평가합니다. 계량 항목은 매분기 경영지표 등으로 판단하고, 비계량 항목은 검사 주기 등에 따라 임점평가로 운영됩니다. 
 
롯데손보가 부여 받은 경영개선권고는 가장 낮은 단계의 적기시정조치로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유도합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롯데손보는 향후 2개월 내에 증자나 부실자산 처분, 사업비 감축, 조직 운영 개선 등 자본적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경영 개선 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경영 개선 계획이 금융위에서 승인되면 향후 1년간 경영 개선을 이행합니다. 기간 내에 경영 상태를 개선해 충실히 계획을 이행했다고 인정받으면 금융위 의결을 거쳐 경영개선권고를 조기 종료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는 지난해 6월 말(검사 기준일) 기준 롯데손보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따른 것으로 건전성 관리 강화를 선제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금융위는 설명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11월21일부터 12월20일까지 정기검사와 올해 2월5일부터 3월3일까지 추가검사(수시검사)를 실시해 롯데손보의 경영실태평가를 △종합평가 3등급(보통) △자본적정성 부문평가 4등급(취약)으로 결론 냈습니다. 
 
롯데손보의 건전성은 사모펀드가 대주주에 올라선 직후 악화됐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인 빅튜라 유한회사를 설립해 2019년 10월 롯데손보를 인수했습니다. 사모펀드 손에 넘어간 지 1년 만인 2020년 말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평가 4등급을 받았으나 2021년 9월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요구를 한 차례 유예 받은 전례도 있습니다. 
 
롯데손보는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받은 직후(올해 5월) 당국에 자본확충 계획을 제출했지만, 구체적인 증자 방안이 부족하다며 반려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2021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 받았는데 4년이 지난 현재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단기간 내에 적기시정조치 사유가 해소될 수 있다고 충분히 확인되지 않아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부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례적 비계량 평가로 적기시정조치 '위법성'
 
롯데손보의 경영개선권고를 내린 금융위의 판단을 두고 위법성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등 주요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계(ORSA) 도입 유예를 근거로 자본적정성 부문의 비계량 평가에서 4등급을 매기면서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자본적정성 부문 평가는 계량 평가 60%와 비계량 평가 40%로 이뤄집니다. 금감원은 자본적정성 부문 계량평가로는 3등급을 부여했으나 비계량평가는 4등급을 받아 전체 자본적정성 평가에서 최종 4등급으로 내려갔습니다. 비계량 평가를 근거로 금융사에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진 건 2005년 쌍용화재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롯데손보는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당일 곧장 자료를 통해 "당국이 4등급 부과의 근거로 제시한 ORSA 도입 유예는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 의거해 적법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진행한 것"이라며 "상위 법령에 따른 적법한 ORSA 도입 유예 결정을 하위 내부 규정인 경영실태평가 매뉴얼을 근거로 제재하는 건 위법성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최근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권고 부과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롯데손보 노조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적기시정조치 반대 시위를 진행해 금융위 결정에 적극적으로 항의했습니다. 이번 경영개선권고 조치로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로 들어설 경우 임금 인상안 무력화, 고용 불안정 등 임직원의 처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되는 만큼 당사자인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장에는 1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참여해 경영개선권고가 부당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손정은 롯데손보 노조 사무국장은 "30년동안 함께 나이 들어간 회사는 단순히 두 글자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며 "누군가는 우리 회사를 숫자로 평가하고 보고서로 결정하는데, 숫자 뒤에는 1200여명의 직원들이 있고 대리점과 수많은 보험설계사, 외주업체 사람들, 뒤에는 아이들과 부모님, 지켜야 할 집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느 날 갑자기 금감원은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경영개선권고를 내렸고 아무 설명도 받지 못하고 함께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당신들의 쉬운 판단으로 무고한 사람들의 삶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해봤느냐, 우리에게 거대한 피해가 닥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금감원을 향해 외쳤습니다. 
 
김증수 롯데손보 노조위원장은 전날 '회사 동료들께 드리는 글'에서 "지난달 30일 사측과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던 중 금융위원회 산하 안건 소위에서 롯데손보가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지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당장 외부적으로는 퇴직연금을 비롯한 영업에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은 지난해 정기검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적기시정조치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으며, 올해 추가검사에서도 '적기시정조치 할거야'라고 표현했다"며 보여주기식 시범 케이스의 대상으로 롯데손보를 집은 전형적인 표적감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노사는 행정소송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내부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롯데손보는 이달 11일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행정소송 진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행정소송이 결정되면 적기시정조치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효력은 일시 정지되거나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 판단 전까지는 집회를 통해 국회와 대통령실에 사안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부당함을 호소하는 등 다양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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