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국내 증시는 미국발(發)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 확산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장중 3800선까지 밀리는 급락세가 나타났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각각 7개월·15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공포 매도가 한때 확대되는 흐름이 관찰됐습니다. 다만 개인이 2조원대 순매수에 나서며 낙폭이 일부 축소되는 등 이번 조정은 강세장 내 숨 고르기 구간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증권가에서 제기됩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7.32포인트(2.85%) 내린 4004.42에 마감했습니다. 지수는 전장보다 66.27포인트(1.61%) 내린 4055.47로 출발한 뒤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한때 3867.81까지 밀려 3900선이 무너졌습니다. 오전 9시46분에는 코스피200선물이 전일 대비 5.20%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며 프로그램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습니다. 외국인은 2조5180억원, 기관은 1053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홀로 2조5945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개인 순매수 규모는 약 3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장 마감 직전에 지수가 4000선을 다시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24.68포인트(2.66%) 내린 901.89에 마감했습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9포인트(0.79%) 하락한 919.28로 시작해 하루 종일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외국인 5997억원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5645억원, 422억원 순매수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오전 10시26분 같은 조건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AI 대표주 팔란티어가 실적 호조에도 고평가 부담이 부각되며 급락했고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CEO가 향후 10~20%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국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평가됩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AI 버블 우려가 대형주 전반에 차익실현 매도를 자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이 강세장 추세 자체를 훼손하지는 않는 조정 국면이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강세장에서도 고점 대비 10% 안팎 조정은 반복됐던 패턴으로, '패닉셀'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책 환경 또한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통화 공급이 미국보다 높은 구간을 유지하며 정책 유동성이 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증권은 이날 긴급 시황 분석을 통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논의가 재개되고 양적긴축(QT) 종료가 예정된 만큼 이번 하락이 중장기 조정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과도한 '붕괴' 프레임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코스피가 4000 아래로 내려갔다고 해서 '붕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시장에서 자주 쓰는 '숨 고르기' 구간으로 볼 수 있으며, 등락의 반복은 충분히 예견된 흐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도한 표현은 투자심리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4121.74)보다 117.32포인트(2.85%) 내린 4004.42에 마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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