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 '슈퍼예산' 편성…재정주도성장 '공식화'
올해 본예산 대비 8.1% 증가…'역대 최대' 규모
"옆집 씨를 빌려서라도"…적극적 재정 역할 강조
AI·R&D 예산 대폭 늘려…미래성장동력 투자 확대
2025-11-04 16:34:32 2025-11-04 16:44:0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회가 이재명 대통령의 4일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내년도 나라 살림을 담은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합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첫해 확장 재정 기조 아래 728조원에 이르는 '슈퍼 예산안'을 편성, 사실상 재정 주도의 성장을 공식화했습니다. 전임 정부인 윤석열정부에서 이어진 감세 정책과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면서 국가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경기 회복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국가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 뒤따랐습니다. 일각에서는 국가 재정에 기댄 경기부양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이재명정부의 재정 집행 의지는 강합니다. 정부는 경기부양과 민생 회복을 위한 재정 집행은 물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동력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국가 재정 주도의 경제 성장을 제시했습니다. 
 
국가 재정 쏟아 경기부양…3년만 '확장 재정' 기조 전환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728조원입니다. 이는 올해 본예산 대비 54조7000억원(8.1%)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입니다. 정부가 700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편성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3년 만에 확장 재정 기조로 돌아섰습니다. 총수입은 올해 본예산 대비 22조6000억 원(3.5%) 증가한 674조2000억원입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예산안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내년도 예산안은 윤석열정부 3년 평균(3.5%) 예산안 상승률을 크게 웃돕니다. 윤석열정부는 건전재정 기조 아래 매년 예산안 편성에서 긴축재정을 강조했으나, 이재명정부는 출범 초기 민생 안정과 성장 동력 확충 등을 이유로 확장 재정 기조로의 전환을 공식화했습니다. 
 
이 대통령도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건전재정 원칙은 중요하지만, 지금은 너무 침체가 심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라며 "국가 재정을 이제 사용할 때가 됐다"고 확장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의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8월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는 "옆집에서라도 빌려 씨를 뿌려 가을에 한 가마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씨를 빌려다 뿌려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이재명정부는 출범 31일 만에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했고, 지난 7월에는 소비 진작을 위해 국민 1인당 15만~5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1분기 역성장을 기록했던 국내 경제성장률은 2분기 반등에 성공했고, 3분기에는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소비쿠폰 등 새 정부 정책 효과에 힘입어 3분기 민간소비(1.3%)는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2분기 0.4%포인트에서 3분기 1.1%포인트로 확대됐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 기여도가 0.5%포인트에서 0.8%포인트로 높아졌고 경제 주체별로는 민간소비(0.6%포인트)가 정부소비(0.2%포인트)를 앞섰는데, 결국 국가 재정 주도의 성장이 확인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 방송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슈퍼 예산 키워드는 'AI'…"AI 시대 여는 대한민국 첫 번째 예산"
 
이재명정부의 내년 '슈퍼 예산안'의 핵심 키워드는 AI와 연구개발(R&D)입니다. AI 예산의 경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올해 3조3000억원에서 내년 10조1000억원으로 3배 넘게 확대했습니다. 이 중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원 등을 투입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피지컬 AI 지역 거점 조성 △대규모 R&D 실증 추진 △AI 인재 1만1000명 양성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5000장 조기 확보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으로 규정하며 정부의 정책 방향을 AI 중심 국가 전환에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도 역설했습니다. 
 
아울러 전임 윤석열정부에서 대폭 삭감된 첨단전략산업 R&D 예산도 올해 29조6000억원에서 35조3000억원으로 확대, 역대 최대 증가 폭(19.3%)으로 편성했습니다. AI·콘텐츠·방산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도울 국민성장펀드도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할 방침입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R&D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면서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 정부는 국방비도 대거 늘렸습니다. 올해보다 8.2% 증액된 66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비·방위비 인상 압박에 선제 대응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취약계층 생활 보호를 위한 예산도 대폭 늘렸습니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 기반 마련을 위해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51% 인상해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으로 매월 200만원 이상 지원할 방침입니다. 더불어 출생률 반등을 목표로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내년까지 만 8세 이하로 확대하고, 임기 내 12세 이하까지 늘려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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