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율촌화학, 흑자 전환에도…투자 확대로 재무 압박 여전
올 상반기 전기차·ESS 성장세 힘입어 흑자 전환
단기성부채 1200억원 넘어…현금 곳간 '텅텅'
2025-10-31 06:00:00 2025-10-3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9일 14: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때 단순한 보조소재로 여겨지던 포장재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율촌화학(008730)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결정짓는 고기능성 포장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율촌화학은 기술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다만, 단기성부채 규모가 적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능력(CAPA) 증설이 이뤄지며 재무부담이 가중돼 율촌화학이 이를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율촌화학 포승공장 전경. (사진=율촌화학)
 
상반기 흑자전환…핵심 사업군 수익성 회복세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율촌화학은 올해 상반기 매출 2525억원, 영업이익 1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매출 2338억원, 영업손실 43억원) 대비 외형 성장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적자 흐름을 끊어낸 것은 전자소재 포장재 부문의 고성장 덕분이다. 전기차 및 ESS 산업의 확대에 따라 고부가가치 파우치 필름 수요가 늘면서, 율촌화학의 핵심 사업군이 수익성을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0%대에 안착했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니라, 배터리용 고기능성 포장재 비중 확대와 주요 고객사 출하량 증가가 더해진 결과다. 율촌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에 고성형(High-formability) 파우치 필름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미·유럽 주요 제조사에 시험 납품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전기차와 ESS 산업의 확장은 율촌화학의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 ESS 부품 및 소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非)중국산 공급망 확보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산 고기능성 포장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율촌화학이 해당 시장의 핵심 대체 공급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내 ESS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비중국산’ 소재 사용이 권고되거나 의무화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ESS 시스템에 대해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예고한 상태로, 중국산 제품의 북미 시장 진입이 제한될 경우 국내 기업에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율촌화학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와 해외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완공된 평택 포승공장을 통해 고성형 파우치 필름 생산능력을 기존 3000만㎡(안산공장)에서 7000만㎡로 두 배 이상 늘렸으며, 내년 추가 증설 시 총 1억1000만㎡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율촌화학은 2030년 전자소재사업부문 매출 목표를 7000억원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올해 전체 매출(4571억원) 대비 약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회사는 향후 고부가 제품 비중을 더욱 높여 영업이익률 40%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객 맞춤형 소재 개발, 해외 거점 설립, 생산 효율화 등을 추진 중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율촌화학의 흑자 전환은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닌 기술 경쟁력과 시장 다변화 전략의 결합 결과”라며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핵심 소재 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년간 ‘적자행진’에 현금흐름 악화
 
다만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재무부담은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율촌화학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24억원에 불과한 반면, 단기차입금은 992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은 330억원에 달했다. 단기성부채만 1200억원을 넘는 상황 속에서 회사는 CAPA 확대 등 투자를 지속하며 재무활동을 통해 차입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간 내 이 같은 현금흐름이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 상반기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74억원을 기록, 지난해 말(83억원) 대비 현금창출력이 2배가량 회복됐다. 다만 투자활동으로 유출된 현금이 248억원을 상회하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금액을 넘어섰다. 회사는 부족한 현금을 차입금 등 재무활동을 통해 조달, 올 상반기 43억원을 유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연간 적자가 3년 이상 지속되며 주요 재무지표도 악화된 상태다. 율촌화학의 이자보상배율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다. 2022년 –1.62배, 2023년 –3.64배, 2024년 –3.77배로 악화됐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24억원)을 상회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상을 회복할 가능성이 커졌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