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2022년 8회 지방선거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습니다. 헌재가 제시한 인구편차 상하 50% 기준을 지키지 않고 선거구를 획정한 국회에 제동을 건 겁니다. 다만 헌재는 위헌을 판단하면서도 내년 2월19일까지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하라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위헌이긴 하되, 관련법이 고쳐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조치입니다. 7개월 앞으로 다가온 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10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두 재판관, 김 헌재소장, 정정미 재판관. (사진=뉴시스)
헌재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공직선거법상 시·도의회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 중 전라북도 장수군 선거구에 대해 “인구 편차 상하 50% 기준을 벗어나 선거인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위헌 선언을 하되 2026년 2월19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선고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8년 6월 헌재는 지방선거 선거구 간 인구 편차 기준을 기존 4:1(상하 60%)에서 3:1(상하 50%)로 낮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선거구별 인구수 평균값(인구/선거구)이 20만명이라고 한다면, 최대선거구(상한)는 30만명, 최소선거구(하한)는 10만명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방선거에서 흔히 지역구라고 불리는 선거구 인원은 이 범위 안에 들어와야만 합헌으로 인정됩니다. 국회의원 총선거 인구편차 기준은 2:1입니다.
시·도의원 수를 결정할 변화는 또 있었습니다. 국회는 2022년 4월 공직선거법 22조 1항을 개정해 인구 5만명 미만의 자치구·시·군 지역구에서는 최소 1명, 5만명 이상에서는 최소 2명의 시·도의원을 두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인구소멸 지역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이 개정안은 2022년 6·1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에서 헌재가 정한 인구편차 기준을 무력화하는 핑계가 돼 버렸습니다. 이 사건 청구인 김모씨의 선거구인 전북도의회 선거구역 내 장수군 선거구를 예시로 보겠습니다. 2021년 기준 전북도의회 선거구 평균인구수는 4만9765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수군 선거구 인구수는 최소선거구(하한) 인구인 2만4882명보다 적은 2만1756명에 그쳤습니다. -56.29% 인구편차를 보인 겁니다. 장수군 주민의 표가 과대 대표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헌재 판단대로 인구편차 기준을 낮추면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선 의원을 늘려야 하고, 인구가 적은 지역구는 통합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는 개정안을 핑계 삼아 3:1 기준을 벗어난 선거구를 획정했습니다.
헌재는 인구편차 3:1 범위를 벗어난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은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선거법 개정이 지역대표성을 고려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구비례 원칙을 위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하나의 자치구·시·군에 1명의 시·도의원을 보장하기 위해 그 자치구·시·군의 인구가 아무리 적어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면 ‘인구비례의 원칙에 의한 투표가치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반한다”며 “이를 선거구 획정에 있어서 다른 요소에 비해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기준으로 삼아온 기존 헌재 결정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헌재는 “따라서 위 공직선거법 규정은 이 사건 선거구가 인구편차 상하 50%를 벗어난 것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장수군 선거구 부분은 전북도의회 선거구역 평균인구수 기준 인구편차 하한 50%를 벗어나므로 청구인의 선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다만 헌재는 법의 공백을 우려해 위헌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 결정에 따라 2026년에 실시될 시·도의원 선거에서는 각 시·도의 평균 인구수를 기준으로 인구편차 상하 50% 범위 내에서 전국의 시·도의원 지역구가 획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내년 6월3일 9회 지방선거 선거구가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을 대리한 김준우 변호사는 “국회가 헌재 결정을 실질적으로 형해화하는 입법을 했던 데 대해 다시 바로잡을 수 있어서 뜻깊다”며 “단순하게 광역의회 의원을 대폭 확대하거나 이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 광역의회의 과도한 불비례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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