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합의 임박…현대차 ‘대미 부담’ 숨통 기대
김용범 정책실장·김정관 장관 미국행
관세 인하 등 담긴 합의문 막판 조율
15% 적용 시 관세 비용 3조원 절감
2025-10-22 13:52:53 2025-10-22 14:27:26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이 자동차 관세를 현행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관세 인하가 현실화하면 미국 시장에서 유일하게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가격 경쟁력 회복의 숨통을 트게 됩니다. 증권가는 관세가 낮아지면 현대차·기아의 연간 관세 부담이 8조원에서 5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차)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실장은 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 간에 합의문이나 양해각서(MOU) 서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이번에 통상 분야가 양국 간에 이익이 합치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수 있으면 그런 결과도 예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습니다. 
 
양국은 현재 관세·투자 등 주요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 문구를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이에 따라 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이 직접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앞선 16일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협상을 벌이고 각각 19~20일에 귀국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합의문 도출에 가장 예의 주시하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입니다. 현대차는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25% 고율 관세를 부과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 중인 유럽·일본산 차량보다 높은 관세율 탓에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현대차의 미국 전략 모델 ‘투싼’은 기본가 2만9200달러로 폭스바겐 ‘티구안’(3만245달러), 도요타 ‘라브4’(2만9800달러)보다 저렴하지만, 25% 관세가 반영되면 3만6500달러로 상승해 경쟁 차종보다 비싸집니다. 
 
고율 관세는 판매 타격뿐 아니라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현대차에게 부담입니다. NH투자증권은 현대차·기아의 올 3분기(7~9월) 관세 비용을 2조4500억원으로 추산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부담액이 8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도요타(6조2000억원), GM(7조원), 폭스바겐(4조6000억원)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러한 추가 부담으로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9.7%에서 6.3%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관세율이 일본·EU 수준인 15%로 인하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관세 부담은 약 5조3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 하락 폭도 완화돼 7.5%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석했습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15%로 인하될 경우 내년 영업이익은 현대차 13조3000억원, 기아 11조1000억원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간 관세 인하 합의가 성사될 경우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계의 미국 내 부담이 크게 줄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 회복을 통해 판매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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