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경 질주'…분열의 미국 '39개월 더'
더 깊어지는 ‘트럼프 시대’의 그림자… 미국 민주주의 시험대에
연방정부 20일째 마비…‘노 킹스’ 시위 확산에도 지지층 결집
2025-10-20 14:44:39 2025-10-20 15:36:16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취임 9개월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20일째 이어지고, 전국 각지에서 트럼프 정책에 등을 돌린 시민들의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확산되고 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더 단호하고 공격적인 자세로 자신의 노선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아직 39개월이 남은 트럼프의 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극단적으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나는 왕이 아니다"…거리의 시민 "노 킹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노 킹스' 시위와 관련해 "그들은 나를 왕으로 지칭하는데,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지금까지 끌어온 게 노 킹스 시위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며 "솔직히 말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민주당식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셧다운은 민주당이 잘못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이달 1일 시작돼 20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산안 협상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휴직 또는 강제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국립공원·박물관·FEMA(연방재난관리청) 등 핵심 서비스 가동이 부분적으로 중단된 상황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셧다운은 미국의 거버넌스 안정성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며, 국가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정치적 교착이 길어질수록 시장과 시민의 불안심리가 누적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민 89% "셧다운은 문제"… 책임은 양쪽 모두에
 
<AP통신>과 시카고대학 여론조사센터(NORC) 공공정책연구센터가 10월 중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셧다운을 '문제'로 인식했고, 그 중 54%는 '심각한 문제'로 규정했습니다. <폴리티코>는 "응답자의 58%가 트럼프에게 크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고, 같은 비율이 공화당 의회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며 "민주당 의회를 책임 있다고 본 응답자도 54%에 달했다"고 전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양당 모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보이며,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셧다운 사태와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대하는 전국적 시위 또한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 킹스'로 명명된 이 운동은 지난 6월 소규모 집회에서 출발했지만 지난 18~19일 주말 사이에는 미국 50개 주 2700곳 이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이를 "미국이 권위주의로 미끄러지고 있다는 공통된 불안의 폭발"로 평가했습니다. 프랑스 <르 몽드>는 "시위는 축제처럼 평화롭고 창의적이었지만, 그 밑에는 정치적 무력감이 감돌았다"며 "트럼프의 권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에 조롱으로 맞섰습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전투기에서 '갈색 액체'를 쏟아붓는 AI 합성 영상을 게시하며 시위대를 비웃었습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트럼프의 조롱이 사회적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39개월이 남았다"… 트럼프식 속도전의 양면
 
취임 9개월, 트럼프는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도 "전례 없는 정책 추진 속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임기 첫해의 끝을 향해 가며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실제 백악관은 최근 '국가안보 우선 조달령'을 발표하며 군수·항공 산업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고, 국경지대 이민자 단속도 강화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셧다운으로 공무원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하면서 사치성 예산을 펑펑 쓴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지지층 결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선거 유세 형식의 연설에서 "미국은 다시 위대해지고 있다"며 "좌파 언론과 엘리트가 불안과 공포를 팔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CNN> 등 주요 언론이 '팩트 체크'를 내놓았지만, 트럼프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의회의 무능이 결합해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습니다. 
 
취임 9개월 동안 트럼프는 경제·안보·이민·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정면충돌의 정치를 택해 미국은 정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입니다. <르 몽드>는 "트럼프 2기 이후의 미국은 더 이상 정상적인 대화의 장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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