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법 개혁에는 정도(正道)가 필요하다
2025-10-22 06:00:00 2025-10-22 06:00:00
사법 개혁을 위한 여러 논의가 많다. 사법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른 길로 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실패하거나 힘들게 노력한 절차들이 무효가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처럼 일부러 돌아갈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따른 바른길로 가야 한다. 
 
특히 민주당이 추진하려 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입법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임의로 침범하는 선례가 될 수 있어 위험해 보인다. 특정 사건의 재판부를 국회가 정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정권 교체로 인한 정파적인 악용을 언제든지 허용하게 된다. 대단히 우려스럽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이 적절치 않으면 안 된다. 윤석열정권의 내란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역사적 중범죄였다. 그런데 내란을 청산하는 수단이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어선 곤란하다. 
 
내란특별재판부 입법이 현실화하면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위헌인지 아닌지 현재 의견이 분분하고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례없는 특별재판부 입법과 같은 비상한 방법들은 그 자체로 위헌 논란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만들고 말 것이라는 점도 명약관화하다. 내란을 신속하게 청산하려는 목적이 오히려 방해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 내란 피고인들은 노골적으로 특별재판부의 재판을 거부할 것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다. 
 
이처럼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구속 피고인들이 석방될 위험도 상당하다. 여론은 또다시 쪼개져 사회적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입법이라거나 사법부의 안정성 자체를 흔드는 방안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최근 대법원장을 국회에서 망신주듯 지적하고 지엽적인 인신공격을 하는 모습들이 있었는데 이를 지켜본 국민 정서는 ‘아무리 그래도 입법부가 사법부에게 좀 심하다’는 경향이 꽤 있었다. 이렇게 사법 개혁이 진행되면 앞서 우려한 것처럼 사법 개혁이 점점 요원해질 수 있다. 판사 개개인이나 특정 재판 자체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 논의를 차분하고 치밀하게 해야 할 때다. 사법 개혁의 황금기를 자극적 정쟁으로만 소모하면서 허망하게 흘려보내서는 안 되겠다. 
 
한편, 이러한 입법 논의와 국회의 공격적 태도를 초래한 것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책임이다. 내란 사태 와중에 정의와 법률에 부합하는 공정한 재판으로 국정을 안정시킬 의무가 있는 사법부는 몇몇 특히 중요한 장면에서 그 의무를 심각하게 게을리했다. 터무니없는 법 해석으로 윤석열 구속을 취소했고, 대통령 후보에 대한 재판에서 이례적으로 너무나 신속하게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대법원은 결과적으로 현실 정치와 실제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성은 밖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사법부 스스로 확고히 지켜 나가야 하는 가치다. 지금이라도 사법부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고자 한다면 특수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윤석열을 석방하고, 사생활 논란까지 빚고 있는 지귀연 재판부는 일단 스스로 판사석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대법원은 정의와 공정에 반하는 그간의 재판 운영에 대해 통렬한 성찰과 반성을 국민 앞에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사법부는 현존하는 사법 불신 요소들을 신속히 해소하여 내란 청산에 만전을 기하는 태도를 보이고 결과로서 국민 앞에 다시 평가받기를 바란다. 대통령을 두 번 탄핵한 준엄한 대한민국 국민의 눈이 지금은 온통 사법부에 향해 있음을 매섭게 인지해야 한다. 
 
류하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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