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측 “법리 오해 시정돼 다행”…노소영 측 “입장 없어”
최태원·노소영 불참 속 취재진 몰려
파기환송 선고에 양측 희비 엇갈려
2025-10-16 14:46:43 2025-10-16 16:32:11
[뉴스토마토 백아란·이명신 기자] “2024므13669 원고 최태원. 피고 노소영. 주문, 원심판결 중 반소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는 기각한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16일 오전 10시17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에 대해 이같이 선고한 순간, 제2호 법정 곳곳은 술렁거렸습니다.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8년 3개월 만이자 지난해 5월 2심 판결 이후 1년 5개월 만에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두 사람 간 희비는 극명하게 교차됐습니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 회장 측 대리인인 이재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지난 항소심 판결에서의 여러 가지 법리적인 오해나 사실 오류 등이 시정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SK그룹이 노태우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하게 ‘부부 공동재산의 기여로 인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했습니다. 
 
이날 대법원은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지만 최대 쟁점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선 ‘재산분할에 있어 피고(노 관장)의 재산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아직 재판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환송 후 재판에서 최선을 다해서 임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변론 계획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이날 노 관장 측 대리인인 최재형 법무법인 하정 변호사는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을 어떻게 보느냐는 <뉴스토마토>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법정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앞은, ‘세기의 이혼소송’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진 기자들과 선고 결과를 위해 모여진 재계 관계자로 북적였습니다. 대법원 선고는 피고나 원고가 반드시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까닭에 이날 두 사람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달리 지난해 4월 항소심 때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모두 마지막 변론에 출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 최 회장은 법정에 들어서면서 “잘 하고 나오겠다”고 했고, 노 관장은 재판을 끝내고 나오며 “가정의 가치와 사회 정의가 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법정 내부에는 소수의 방청권만 배포됐는데, 법정동 앞에는 방청권을 받기 위해 일찌감치 대기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평소보다 법정동을 찾은 인원이 2~3배가 많다는 법원 관계자의 설명 뒤로 ‘오늘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고 묻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법정 입구는 보안 검색대로 통제됐고, 개정 15분 전 법조계 인사와 재계 관계자, 언론인 등이 줄지어 들어섰습니다. 재판은 사람이 몰리며 5분 정도 지연됐는데 꽉 찬 방청석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습니다. 마침내 대법원이 천천히 판결 요지를 낭독하자 방청석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약 20분 만에 선고가 끝나자 법정동 앞은 다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취재진이 관계자들을 에워쌌고,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인 민철기(왼쪽부터)·이재근 변호사가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통상 가사 사건을 ‘심리불속행’으로 처리하는 관행을 깨고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장기간 심리를 이어왔습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665억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에 이어, 재산분할액이 1조3808억원으로 늘어난 2심 까지 판결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그 파장에 따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왔습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상고심에 대비해 대리인단을 새로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최 회장 측 대리인으로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 등을 지낸 홍승면 변호사를 비롯해 법무법인 율촌 이재근·민철기·김성우·이승호 변호사가 이름을 올린 상태입니다. 
 
노 관장 측 대리인단에는 최재형, 강명훈 법무법인 하정 대표변호사가 포진해 있습니다. 양측 변호인단들은 지난해 7월 이후 30여차례에 걸쳐 상고이유서와 이에 대한 답변서를 비롯해 참고 자료를 제출하며 공방을 벌여왔습니다. 여기에 법리를 다투는 3심 임에도 양측 변호인이 매번 입회하는 등 사활을 걸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으로 넘겨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문제는 원심 판단이 이뤄졌던 서울고법 가사2부가 아닌 가사1부 또는 가사3부 중 한 곳으로 배당, 재심리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법리 판단에 따라 기여도 재산정을 중점적으로 심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기환송심은 통상 수개월 내 결론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안의 복잡성에 따라 심리 기간은 유동적입니다. 
 
백아란·이명신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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