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 배드뱅크 첫발 뗐지만…신용사면 부메랑 우려
사면효과 반짝 그칠수도…'도덕적 해이' 논란 계속
2025-10-10 06:00:00 2025-10-10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소상공인·취약계층 빚 탕감을 위한 이재명정부의 배드뱅크 '새도약기금'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장기 연체자의  채무를 정리해 재기의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취지지만, 도덕적 해이와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빚을 탕감해주는 배드뱅크로 '새도약기금'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됩니다. 부실 채무를 매입해 채무조정과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채무에 허덕이던 취약계층에 새로운 금융 기회를 열어준다는 취지인데요.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16조4000억원 규모의 채권이 소각 또는 채무조정될 예정이며, 수혜 인원은 약 11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소득과 자산 심사 결과 파산에 준할 정도로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채권은 전액 소각됩니다. 중위소득 60% 이하(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약 154만 원)거나, 생계형 재산 외에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연체로 금융거래가 차단된 서민·자영업자가 신용 회복을 통해 다시 제도권에 편입돼 숨통이 틔워질 전망입니다. 카드 재발급, 소액 대출 이용 가능성이 열리면 경제활동 참여도가 높아지고 소비 여력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부실을 정리해 자산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대규모 부실채권을 공적 재정이 떠안는 구조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재정부담과 도덕적 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으로 제기됩니다. 새도약기금은 초기에는 민간 금융기관 출연과 정책 자금을 섞어 운용되지만, 장기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국가재정이 메워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도덕적 해이 문제는 꾸준히 지적됩니다. 채무조정이나 탕감이 반복될 경우 "국가가 구제해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금융 규율을 약화시키고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빚을 성실히 상환해온 채무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신용사면을 통해 카드 재발급이 가능해지는 순간, 고위험 차주가 다시 대출을 늘리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금융감독 당국의 고민입니다. 금융위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 불만에 대해 정부도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다만 누구나 장기 연체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사회적 재기 지원 시스템으로서 채무조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연체율 착시 효과도 경계해야 합니다. 새도약기금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착시를 만들지만, 이는 채무 이전이지 실질 해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체율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채 총량을 줄이지 않고 단순히 조정하는 방식은 금융 시스템 내 불안정성을 잠재적으로 키울 수 있다"며 "채무조정 제도가 단기적으로는 안정을 가져오지만 결국 재정 부담이나 시장 규율 약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밀 타깃팅과 상환 유인 구조를 보완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성실히 상환하는 차주에게는 금리 인하, 대출 접근성 확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상환 의지를 북돋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드뱅크는 실패한 개인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의 제도"라며 "다만 그 기회를 남용하지 않도록 '책임 있는 구제'가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다시 한 번의 사다리를 제공하되, 그 사다리를 지탱할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선 철저한 선별과 상환책임의 구조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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