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차세대 공략지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가 현재 1500여척 규모인 상선을 2047년까지 약 2500척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인도 진출을 본격화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습니다.
남궁금성(오른쪽) 삼성중공업 생산지원본부장과 비핀 쿠마 삭세나 인도 스완조선소 CEO가 양해각서 체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최근 국내 조선업계는 인도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스완조선소와 ‘조선·해양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신조 선박 설계, 구매, 생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스완조선소는 초대형 유조선(VLCC)과 해양 설비 건조가 가능한 인도 최대 규모의 드라이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독은 선박을 물 밖으로 꺼내 유지·보수와 구조적 수리를 수행할 수 있는 특수 시설입니다.
한화오션이 건조해 인도한 FPSO.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도 지난 7월 말 인도 노이다 지역에 ‘한화오션 글로벌 엔지니어링 인도 센터’를 개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성장 중인 해양 플랜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곳에서는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의 상세 설계 업무를 일부 수행할 예정입니다.
HD현대 역시 같은 달 초 인도 국영 코친조선소와 장기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설계·구매 지원, 생산성 향상, 글로벌 수준의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 협력은 물론 인적 역량 강화와 교육·훈련 체계 고도화 등을 추진하며, 인도 및 해외 시장에서의 공동 선박 수주도 함께 모색합니다.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 (사진=HD현대)
국내 조선업계가 인도에 눈을 돌리는 것은 정부 주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도 정부는 2023년 10월 발표한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을 통해 세계 20위 수준인 자국 조선업을 2030년까지 10위, 2047년까지 5위권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약 1500척 규모인 상선을 2047년까지 2500척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도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조선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포스트 중국이라 불릴 만큼 성장 잠재력이 막대하다”며 “인도 시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우려의 시각도 존재합니다. 인도 특유의 정치·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장기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인도의 정치·문화적 특성상 정부가 정책을 내놓더라도 무산되는 사례가 많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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