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과잉 공급의 늪에 빠져 위기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금융권의 자율 협약 체결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숨통이 트였습니다. 다만 금융권이 자구 노력을 전제로 내건 만큼, 각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할지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합니다. 전문가는 석화업계에서 자율 구조조정이 처음인 만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타 업계의 사례처럼 점차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산업 구조혁신 지원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을 체결하고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사업 재편 지원을 약속했다. (사진=금융위원회)
30일 오전 은행연합회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17개 은행과 정책금융기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 구조혁신 지원을 위한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협약식은 지난달 21일 열린 석유화학 사업 재편 지원을 위한 금융권 간담회 이후 논의를 거쳐 마련된 자리로, ‘산업 구조혁신 지원을 위한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을 체결하고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재편 지원을 약속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현재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공급 과잉’과 ‘근본적 경쟁력 약화’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지원에 금융권도 발맞춰 자율 협약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주채권은행이 사명감·책임감을 갖고 기업의 자구 노력과 계획을 엄밀히 평가하고 타당한 재편 계획에 대해 적극 지원해달라”고 촉구하면서도 “아직 석화업계가 제시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미진하다. 시장에서 석화산업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내고, 기업의 의지와 실행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그림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석화업계는 현재 금융 조건 유지를 원칙으로 △만기 연장 △이자 유예 △이자율 조정 △추가 담보 취득 제한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지원을 받으려면 자구 노력에 대한 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기업이 주채권은행에 구조 혁신 지원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해당 기업에 채권을 보유한 채권은행을 대상으로 자율협의회를 소집하고 절차를 개시합니다. 자율협의회 운영 기준은 채권액 기준 ‘4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됩니다.
자율협의회는 외부 공동 실사를 통해 사업 재편 계획 타당성을 점검하고, 사업 재편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합니다. 자율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사업 재편 계획은 산업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자율협의회와 사업 재편 계획, 금융지원 방안 등이 포함된 구조 혁신 약정을 체결해 사업 재편을 본격 추진하게 됩니다.
업계는 금융권의 지원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국가와 금융기관이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축 목표 달성이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별 이해관계가 달라 결정이 쉽지 않다. 물밑에서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공식적으로 결과가 드러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기업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 기업이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익숙해 속도가 더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교수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사회적 반발 등 부작용이 크다”며 “업계에서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서 널리 공감하고 있는 만큼 항공업계처럼 자율 구조조정 방식을 수용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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