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 '사망' 사고 잇따라…가스라이팅 '방지 입법' 시급
2025-09-26 15:15:13 2025-09-26 15:27:49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25일 인천지법은 자신의 조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70대 무속인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A씨와 함께 범행을 한 4명에게는 각 징역 20~25년을,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2명에게는 각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2024년 8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구하라법)이 재석 286인, 찬성 284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는 조카인 피해자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자신을 떠나려고 하자 악귀를 퇴치한다는 명목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공범들과 피해자를 철제 구조물에 가두고 결박한 상태로 장시간 숯불 열기를 가했습니다. 피해자는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사망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술 의식을 빙자해 피해자를 결박한 뒤 심각한 화상을 입혀 살해했다며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엽기적이라고 질타했습니다. A씨가 반성한다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한 점에 비춰 진심으로 뉘우친다고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 유족이 A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나, 피해자 유족이 피해자의 사망보험금 대부분을 A씨의 생활비로 보내고 피고인들에게 고맙다고 진술하기도 하는 등 정신적 지배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보고 유족의 처벌불원서를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앞선 15일 전남 무안경찰서는 무속인으로 행세하며 주변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유기한 B씨와 그 일당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B씨 일당은 지난 5월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차량에 유기한 혐의를 받습니다. 무속인으로 활동한 B씨는 피해자를 가스라이팅해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하다가 피해자가 더 이상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범행을 저지렀다는 겁니다. 공범들에게는 나이와 등을 속여 가스라이팅하고 못 받은 돈을 받아달라고 부탁해 범행에 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과거부터 전래된 민간신앙을 무속신앙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고, 그 신앙에 종사하는 사람을 무속인이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무속신앙은 원시 신앙과 결합해 이어져온 것으로서 고조선시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가 많습니다. 무속인마다 다양한 신을 모시면서 점복이나 주술, 풍수 등을 행하면서 일상에 깊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많고 심리적 안정을 주는 등 종교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신적인 요소로 인해 무속인을 사칭하면서 서서히 그릇된 믿음을 심는 방법으로 신도를 가스라이팅하고, 신도가 무속에 심취하고 무속인을 따르게 되면 이를 이용해 금전을 편취하는 등 범죄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 신도가 더 이상의 금전 지급 등을 거부하면 더 심각한 범죄행위로 나아가기도 하는 겁니다. 
 
실제로는 무속인이 아니면서 무속인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고 금전을 편취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무속인인 사람이 기도비 등의 대가를 받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편취를 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으면,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기망한 행위의 이행 가능성 및 이행 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떤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교부받은 경우에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또한, 사이비 교주가 헌금하지 않으면 영생할 수 없다는 설교를 통해 헌금을 받은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무속신앙뿐 아니라 교회 등에서 이뤄지는 안수기도로 사망하거나 다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대법원은 안수기도가 종교적 기도 행위의 일환으로서 기도자의 기도에 의한 염원 내지 의사가 상대방에게 심리적 또는 영적으로 전달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정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상대방의 신체의 일부에 가볍게 손을 얹거나 약간 누르면서 병의 치유를 간절히 기도하는 행위라면 그 목적과 수단 면에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자의 신체에 상해를 입히거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면 사회상규상 용인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은 종교의 자유가 인간의 정신세계에 기초한 것으로서 인간의 내적 자유인 신앙의 자유를 의미하는 한도 내에서는 밖으로 표현되지 않은 양심의 자유에 있어서와 같이 제한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종교적 행위로 표출되면 대외적 행위의 자유이므로 질서유지를 위해 당연히 제한을 받아야 하고,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법률로써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법무부는 지난 2월7일 민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가스라이팅 상태에 있는 관계나 종교 지도자와 신도 등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사람이 상대방에게 강하게 의존된 상태에서 그 영향으로 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민법은 일상적인 생활의 기초가 되는 법률이므로 조속히 개정안이 통과돼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의사표시를 되돌릴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 규정의 시행으로 가스라이팅에 의한 의사표시가 법적으로 보호받게 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고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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