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늘리며 주가 부양했는데…해킹에 KT 기업가치도 '훼손’
배당·자사주 매입에도…해킹 후폭풍에 2조 넘게 시총 하락
보안 투자 뒷전 논란 속 주주환원 정책 신뢰성 타격
목표 주가도 하향…KT 기업가치 제고 전략 '빨간불'
2025-09-26 14:07:16 2025-09-26 16:06:03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섰지만, 해킹 사태로 기업가치에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외국인 지분 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보안 리스크까지 불거지자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기 어려워졌습니다.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보안 불안이 커진 가운데 네트워크와 보안에 대한 투자보다 주가 관리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까닭입니다. 김영섭 KT 대표는 취임 초기 성장 잠재력과 주가를 동시 강조하며 주가 관리에 집중했지만, 해킹 후폭풍에 속수무책인 모습입니다. 
 
26일 KT 최근 주가 추이를 보면 지난 7월12일 장중 5만9200원을 기록하며 1년 중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무단 소액결제 사태 이후 해킹 이슈가 커지면서 이날 주가는 5만원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14%가량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2조2000억원가량이 두 달 사이 증발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운데)가 지난 11일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취임 초기였던 지난 2023년 9월 김영섭 대표는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 향상을 강조하면서 이는 자연스레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기업가치 제고는 주가로 반영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사상 초유 8개월 넘는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를 마무리 지으며 KT 수장에 오른 상황에서 수치로서 기업가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셈입니다. 김 대표는 당시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쌓인다면 주가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가치=주가'를 보여주고자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KT는 배당성향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2022년 결산배당 당시 KT 배당금은 주당 1960원이었습니다. 2023년 결산배당 당시 1960원으로 배당금을 유지했지만, 분기 배당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변화시켰고 배당금도 확대했습니다. 분기배당금으로 KT는 주당 500원을 책정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배당 수준을 더 높였습니다. 분기마다 주당 600원을 배당하고 있는데요. 현재대로 배당이 이어질 경우 올해 1년 주당 배당금은 2400원으로 계산됩니다. 배당금이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22.4% 늘어난 것입니다. KT는 2분기부터 결산배당에만 적용했던 선배당 후투자 제도를 분기에 도입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유연성도 높였습니다. KT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역대 KT 대표들이 배당금을 높여 주가를 부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안 한 것이 아니다"라며 "기간사업자로서 투자와 미래를 위한 재원 간 비중을 맞춰야 하는 문제였던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진행해오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KT는 4년간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지난해 11월 발표했습니다. 올해 2499억9996만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마무리했지만 외국인 지분 한도 규제로 소각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조는 외국인이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을 49%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외국인 지분 한도가 49%를 넘어서게 됩니다. 
 
해킹 이슈가 불거진 여파로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도 불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해킹이 초소형기지국(펨토셀) 관리 부실로 드러나면서 보안 투자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자사주 매입에 추가적인 현금을 쏟아붓는다면 상대적으로 보안 투자 등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습니다. 대규모 현금을 기간사업자로서 위상 회복을 위한 투자가 아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우려에 KT 목표 주가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최근 KT 목표주가를 7%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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