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승 합참의장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진영승(공군 대장) 합참의장 후보자가 12·3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앞으로 군은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진정한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 후보자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에 군이 투입돼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고 합참의장 후보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특히 진 후보자는 "합참의장의 중책이 주어진다면, 시대적 소명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우리 군은 다시는 흔들리지 않고 태산과 같이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진정한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겠습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군이 계엄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깊은 우려를 끼친 것은 물론 군 내부적으로도 혼란 속에서 사기가 저하됐다는 게 진 후보자의 인식입니다.
진 후보자는 "'국민의 군대'로 다시 서기 위해 우리 군은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원칙과 기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우선으로, 국민과 국가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군의 자긍심을 되찾겠고,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준수하며 법과 규정에 입각한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군심을 결집하겠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진 후보자는 "상관은 적법하게 명령하고 소통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내며, 부하는 이를 믿고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군 문화를 확립해 군의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고 강군 육성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야, 북한 '주적' 집요한 질의엔 '명백한 적' 표현
안보 상황과 관련해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속 대남 단절 조치와 핵·미사일은 물론 재래식 전력의 양적·질적 고도화, 미·중 전략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을 언급하며 대내외적으로 심대한 위협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진 후보자는 "복합 안보 위협에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사대비태세를 완비하겠다"며 "초국가·비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전 영역에서 강력한 힘을 통한 억제력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뒷받침하고 유사시 전승을 보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진 후보자는 북한 정권과 군은 '명백한 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주적'이라는 표현을 이끌어내려고 집요하게 질의했지만 진 후보자는 "(북한을) 우리 국가와 국민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명백한 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진 후보자는 황희 민주당 의원의 '주적을 어떻게 정의하냐'는 질의에 "우리 국가와 국민의 위해를 위협하는 존재를 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구라도 우리 국민과 국가에 위해를 가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한국을 적국으로 규정하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선 "그동안의 체제 경쟁에서 더 이상 남북한이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김정은의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군은 이를 주시하면서 대비태세 등에서 흔들림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해 진 후보자는 "북한이 상당량의 핵물질과 현실화된 위협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한국형 3축 체계 강화를 통해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제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정부 대북조치는 헌법 명시된 통일 추구
9·19 군사합의 복원 추진, 대북 확성기 철거, 라디오 방송 중단 등 이재명정부의 선적 대북 조치에 대해 진 후보자는 헌법에 명시된 통일 추구를 긴 안목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9·19 군사합의와 관련해선 "전방에서의 긴장 완화,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문제나 공백이 생기면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함 없이 하고, 전방에서 긴장이 완화될 수 있는 노력을 같이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우리 안보에 부족함이 없도록 잘 살피고, 조건 충족을 위해 한미 양군이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했고, 방위비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 '한·미 동맹 현대화' 논의에선 국익에 우선해 동맹을 지켜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회는 박선원 민주당 의원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충돌하며 한때 정회되는 소동을 겪었습니다. 박 의원이 "공군 출신이 왔으니까 내란 대충 넘어가겠지 하면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대충 뭉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육사 출신인 한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여기에 왜 육사 출신들이 들어가냐. 특정 학교의 출신들을 짚어서 비하하는 건 결코 국방위원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왜 육사 출신이라고 그렇게 못 박아서 얘기를 하냐"라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감정이 격해진 박 의원과 한 의원 간 고성이 오가자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성일종 국방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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