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강미정 연대' 선언
조국혁신당 성 비위 사태, 진보 운동권 파산…추악한 부조리에 맞선 투쟁
2025-09-13 06:00:00 2025-09-13 06:00:00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당내 성 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 발짝도 못 나갔다. 하나도 안 변했다. 권력의 위계를 숙주 삼아 '수컷 본능'을 발휘하는 천박함은 여전했다. 조직 논리에 강요된 침묵도, '피해자다움'을 요구받는 2차 가해도 그대로였다. 정의의 가면을 쓴 채 추악한 거짓 무도회를 벌이는 기행도 마찬가지. 2019년 '보통의 김지은들'이 끝내 승리했지만, 또 다른 '피해자 김지은'이 조직을 해하는 '가해자'로 둔갑했다. 지난 4일 조국혁신당을 탈당한 강미정 전 대변인 얘기다. 
 
그 역시 침묵을 강요받았다. 한동안 숨었다. 숨죽인 채 살았다. '하루가 3년 같았다'고 했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시간은 지난해 7월20일에 딱 멈췄다. 그날은 조국혁신당 첫 전당대회. 이 자리에서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99.86%(3만2051표)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권을 잡았다. 축제의 날에 벌어진 성추행 사건. 지옥은 그렇게 시작됐다. 
 
강요된 침묵…하루가 3년 같은 나날
 
한없이 약했다. 여성은 약한 고리였다. 외칠 수 있는 용기도 없었다.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앞에, 내란 종식 앞에 '작은 일'로 치부됐다. 침묵을 강요받는 사이, 두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다. 여의도 거리에 나뒹구는 기득권의 민낯을 똑똑히 목도했다. 악마로 변한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민낯'도 봤다. 도덕 불감증은 기본. 성범죄의 일상화는 옵션. 조직 보위가 제1 가치인 맹목적 숭배. 나는 옳다는 무오류의 서사. 이단 종교를 능가하는 신성불가침. 
 
내로남불 운동권 세대의 종말. 강미정 사태는 진보의 파산 선언이다. 피해자 '입틀막'(입 틀어막기)을 한 채 복종을 강요했다. 동지들도 눈감았다. 한마디로 침묵 연대. 예고된 침묵은 미필적 고의다. 눈떠보니 '독재'의 일상화. 민주화운동 시절 그들이 타도 대상으로 삼았던 군부독재의 구태를 꼭 빼닮았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현대국가의 민주주의 파괴 원인'으로 법원·검찰 등 심판 역할을 하는 '권력기관 장악'을 들었다. 강 전 대변인을 비롯해 피해자를 농락한 그들 역시 당 주요직을 맡았던 대변인과 사무부총장이 아니었나. 
 
당 핵심 요직에 조국 인사를 앉히니, 최측근을 제외한 다수의 입이 봉쇄됐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신공은 기본. 무서울 게 있겠나. 당 헌법인 당헌·당규부터 윤리심판원까지 그들 손아귀에 있었다. 입맛대로 권력을 휘둘렀다. 수컷 하이에나들의 목표물은 약자인 여성. 여의도 물이 안 든 정치 초년생은 그야말로 더 좋은 먹잇감. 
 
또 다른 김지은의 싸움…균열은 시작됐다
 
이 와중에 조기 등판한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강 전 대변인이 진상규명에 나서 달라고 할 땐 외면하더니, 난데없이 소방수를 자처했다. 강 전 대변을 비롯한 당원들의 옥중 편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특별사면 이후 자기 정치만 하지 않았나. 
 
측근들은 조 비대위원장의 비당원에 따른 무권한을 앞세워 '조국 방탄막'을 쳤다. 형식 논리를 앞세운 전형적인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의 법 기술. 기막힌 역할 분담 또한 내로남불. 누군가와 흡사하다. 
 
침묵은 깨졌다. 또 다른 김지은의 싸움이다. 대척점에 선 것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이는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한 강력한 이데올로기. 이 폭력적 관념은 의식할 수 없는 공기처럼 우리 사회 전반에 짙게 뱄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두려워도 나간다. 강 전 대변인의 용기로 다시 터진 외침. 이 또한 87년 체제 이후에도 유독 젠더 앞에서만 멈춘 민주주의 운동이다. 강 전 대변인님,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결코 혼자도 아닙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 보통의 강미정이 만들어갈 여정에 함께한다. 작지만 균열은 시작됐다. 
 
최신형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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