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강석영·유근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 내란 특별재판부(이하 내란재판부) 논의를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이 대통령은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재판부에 대해) 위헌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라고 한 겁니다. 하지만 법조계, 특히 전·현직 판사들 사이에선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내란재판부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제도라며 '위헌이 맞다'고 반박하고 나선 겁니다.
윤석열씨가 내란 혐의 재판에 8회 연속 불출석한 지난 9월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정 사건 '전담 재판부'…이 대통령 기자회견으로 다시 촉발
내란재판부는 윤석열씨의 내란 혐의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 전담 재판부입니다. 윤씨가 지난해 12월3일 일으킨 계엄에 관한 내란 혐의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에서 1심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귀연 부장판사는 올해 3월7일 '구속기간 산정'을 문제로 윤씨의 구속취소를 결정,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에 민주당과 시민사회에선 지 부장판사가 맡은 기존 재판부로는 내란 혐의 사건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재판부 구성을 요구하면서 내란재판부 논의도 시작됐습니다.
내란재판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을 계기로 거론된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과 유사합니다. 당시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은 사법농단 사건의 피의자인 법관들이 재판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국회가 대법관·법관 후보를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최종 지명하는 방안이 핵심이었지만, 당시에도 정치권이 특정 사건을 위해 재판부를 따로 구성하는 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끝내 무산됐습니다.
내란재판부 역시 내련 혐의라는 특정 사건만 맡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된 건 국회, 법원 판사회의, 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9인의 추천위원회를 두고, 법관 후보자를 2배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상고심에선 전 대통령(윤석열씨)이 임명한 대법관은 모두 제척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국회가 특정 사건의 판사를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고,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결과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에선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헌법으로 보장된 사법권과 법원의 법관 임명권, 재판 독립성 등을 침해, 궁극적으로는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곳"이라며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며, 사법부의 구조는 사법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시와 견제, 견제와 균형이 삼권분립의 핵심 가치"라며 "국민의 주권 의지에 반하는 제멋대로 입법이든 제멋대로 행정이든, 제멋대로 사법이든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국민의 시각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제도, 시스템이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그게(내란재판부) 무슨 위헌이냐"라고도 했습니다.
각급 법원장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현직 판사들 "법치주의 근간 훼손하는 위헌"…강력 비판
<뉴스토마토>는 전·현직 판사들에게 내란재판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들은 "위헌이 맞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민주당발 내란재판부는 위헌"이라며 "법치의 기본은 '내게 적용되는 건 너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인데, 내란재판부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설치한다는 것이다. 그런 식이면 특정 재벌을 위한 재벌재판부를 만들자고 할 수도 있다.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이어 "내란 혐의 사건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는 어차피 내년 인사 때 이동할 차례인데, 민주당이 무슨 조급증으로 내란재판부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심지어 현재 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 재판부를 꾸리자는 건 이미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사법 체계는 만약 1심 결과에 불만이 있더라도 2심과 3심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서 "정치권이 특정 사건의 재판부를 지정하면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신뢰를 얻지 못한다. 정치적으로도 악수 중에 악수"라고 꼬집었습니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기본적으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미 성폭력 전담 재판부, 선거 전담 재판부 등 특정한 사건을 위한 재판부가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 연루된 내란 혐의 사건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전담 재판부 논의 자체는 가능하다"면서도 "개별 사건을 위해서 잠시 판사로 임명됐다가 그거 마치면 떠나는 경우는 없다. 정치적 편향성이나 엄벌주의 논란에선 자유롭기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내란재판부를 둘러싼 논의와 맞물려 사법부 내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12일 오후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주재로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전국 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선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 개혁 법안과 내란재판부 도입 문제가 주요 의제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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