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해외 사용 가능 여부 점검부터 한국은행의 우려를 잠재울 대응 방안 마련에 이르기까지 다각도 모색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9일 서울 봉은사로 슈피겐HQ에서 디에셋과 L2IV 공동 주최로 열린 'BTCON Seoul 2025'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둔 가운데 현실성 있는 한국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올해 들어 디지털자산이 전통 금융 인프라와 실물경제에 급속히 연결되는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주목도 또한 높아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글로벌 시장 내 활용도 개선 문제, 자금세탁 방지책 마련, 업체별 준비자산 확보 문제, 한국은행의 반대 입장 극복 등 아직 여러가지 과제에 둘러싸인 상황입니다.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전략 토론에 참석한 유신재 디에셋 대표,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김영석 보난자팩토리 대표, 이병규 네이버페이 혁신성장지원실 이사는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며 한국에 맞는 대안책 모색에 나섰습니다.
우선 김종승 대표는 현재 원화의 국제 결제 비중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는 "수출에서 원화 결제 비중은 2.3%, 수입은 6%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는데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8조~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대표는 "국내 M2 유동성 대비 0.2% 수준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잠재치"라고 분석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이 같은 시장 규모를 감안해 국내에 맞는 제도적 고려 및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입니다.
‘BTCON Seoul 2025’가 9일 서울 봉은사로 슈피겐HQ에서 ‘가상자산의 새 질서: 기업, 시장, 국가의 플레이북’이란 주제로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현재 정치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한국은행은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자본 유출, 통화정책의 유효성 저하, 환율 통제력 훼손을 우려합니다. 이날 토론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나왔는데요.
김 대표는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준비자산 대안 마련이나 판매 과정 개입이 필요하다"며 "판매 수수료와 규모를 통제할 장치가 있다면 유동성 공급 변화에 맞게 스테이블코인도 조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두고 자금세탁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현재 해외서도 자금세탁 위험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테더, 서클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자산 동결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점을 참고하는 한편, 최근 자금세탁 트렌드 역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복잡한 믹싱·텀블링 대신 특정 국가 거래소로 신속히 송금하는 방식이 자금세탁 트렌드"라며 "거래소 간 동결 프로토콜이 중요해졌으며 KYC 지갑 간 이동만 허용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두고 준비자산의 세밀한 기준도 마련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단기 국채, 현금 등이 준비자산으로 활용되지만 국내는 단기 국고채가 발행되지 않아 국내에 맞는 대안이 필요한데요.
이병규 이사는 "준비자산을 은행 예치금을 기본으로 하고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 등으로 구성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 특성에 맞춘 비율과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발행사의 최소 비용 구조가 높은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는 점도 업계에선 고민거리입니다. 시스템 개발·운영, 규제 준수 등으로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준비금 기준에 대해 논할 때 실제 활용도를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도 나왔는데요. 김영섭 대표는 “준비율을 2%로 가정할 때 1조5000억원 발행에 자본금 300억원이 필요하다"며 "법상 최소 준비금 5억원으로는 발행 규모가 1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상품권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발행 규모와 관련해 실질적인 목표를 세운 후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BTCON Seoul 2025’가 9일 서울 봉은사로 슈피겐HQ에서 ‘가상자산의 새 질서: 기업, 시장, 국가의 플레이북’이란 주제로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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