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국 투자공장 인력의 구금: ‘해도 된다’ 관리의 실패와 극복방향
2025-09-11 06:00:00 2025-09-11 06:00:00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 투자 공장에서 일하던 우리 국민이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대거 체포되고 압송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다른 사람에게 직접 해를 끼진 사람이 아닌 투자 공장에서 설비 공사를 진행하던 사람들이 마치 중범죄자와 같이 쇠사슬로 팔과 다리를 구속당하고 연행되는 모습이 영상을 통해 전해지자,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관대한 분위기를 가진 과거 미국의 이미지와 상충되면서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이 사건은 미국이 간절히 바라던 기술 투자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사건이 벌어진 지 거의 일주일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해외 주요 언론들은 톱뉴스로 미국 투자 공장에서 선의에 의해 투자한 결과를 건설하던 사람들이 주요한 범죄 사실도 없이 구속되고 연행되는 모습에 대해 헤드라인 뉴스로 다루고 있다. 우리 정부도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외교부 장관이 직접 미국에 가서, 구속된 우리 국민들을 가급적 불이익 없이 송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미국의 까다로운 비자 정책이 놓여 있다. 미국은 자국민의 일자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미국 내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진행하고, 미국에서 전문적인 학위과정을 취득했거나, 또는 일부 경제적 연결 관계가 높은 국가의 국민에 대해서만 전문직 비자에 대한 쿼터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한미 FTA 체결 과정부터 지속적인 의제로 부각해오기도 했고, 통상 협상 과정에서는 의제로 삼으려고 하기도 해왔으니 정부가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은 지나친 비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미국 시장은 수출 시장이지 투자 대상국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충분한 노력이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것이 지속적인 문제제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전문직 비자 제도가 도입되거나, 전문직 비자 쿼터가 확보되지 않은 원인이 아닐까? 사실 수출을 위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서 필요한 상담을 위해서는 무비자 여행허가제(ESTA)를 이용하거나 단기상용비자(B1)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강한 필요에 대한 압박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도 잔재처럼 남아 있는 수출 지향적 경제 운영의 결과, 지금까지의 제도를 가지고도 미국에 가서 할 일은 다했고, 성과도 내왔지 않느냐는 방심이 그 뒤에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 지금까지처럼 편법으로 “해도 된다”라는 관리가 현재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세계 경제에서의 위상은 우리가 만든 상품을 수출할 테니, 그걸 사 주시면 된다는 식의 일방적 접근은 불가능할 정도로 커졌다. 상품의 경우에도, K-방산이나 원자력발전소의 예에서 오히려 우리가 만든 상품을 수출하려면 우리가 구매 당사국이 구매 결정이 가능하도록 금융과 인프라에 대한 지원책을 먼저 고려하고 제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비단 규모가 큰 산업재에서의 문제뿐 아니라 소비재의 경우에도 일방적으로 우리가 팔기만 해도 되는 시장은 이제 없다. 그렇게 진행되기에는 우리 경제의 규모, 우리 경제의 덩치, 우리 경제의 존재감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에 이제 어느 사회에 가도 우리 상품은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뚜렷하게 보인다. 
 
작게는 상호 교역이 커질수록 우리 통상 환경은 더 안정화되고, 크게는 구매국의 경제발전이 우리 시장의 확대로 작용하게 된다. 매력적인 상품의 수출만이 정답인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보였듯이 통상에서의 구매력이 가장 큰 무기가 된 환경이 도래했다. 그러니 이제 우리 경제에 대해 수출만이 지상 목표이자 선이고, 수입이 억제의 대상이자 악인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시장 내 다양성이 우리 시장의 규모를 더 키우고, 해외 통상에 대한 안정성을 더 강화한다. 
 
지금 보이는 투자 공장에서의 파견 인력에 대한 지위 관리 문제는 가장 선단에서 충격적인 영상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해도 되었으니’ 그대로 해도 되는가? 우리는 우리 시장은 보호하고, 상대 시장은 개방하려는 갖힌 태도를 가진 것은 아닌가? 뻔히 보이는 상대의 규제 수단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전 세계에 투자하고, 우리 방식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제인 지금 우리는 우리 경제와 통상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에 자체에 대한 다음 단계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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