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조치에 ‘텅텅 빈 비행기’ 이륙…에어부산·서울 ‘희생양’ 우려
괌 수요 절반인데 6년 전 공급 기준
전문가 “공정위 의무 비율 조정해야”
2025-09-08 14:37:23 2025-09-08 15:01:34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통합 대한항공(003490)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 조치가, 되레 계열사인 에어부산(298690)·에어서울을 ‘희생양’으로 내모는 상황으로 빚어지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2019년 대비 90% 이상의 공급 좌석을 유지하라는 의무 때문입니다. 두 회사는 수요가 크게 줄어든 괌 노선에 ‘텅 빈 비행기’를 띄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에어부산 A321네오. (사진=에어부산)
 
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각각 10월과 11월부터 괌 노선을 재개합니다. 두 회사의 괌 재개는 3년 만으로, 서둘러 운항하는 배경에는 공정위 시정 조치 이행 의무가 자리합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계열사들의 독과점이 우려되는 40개 노선에 대해 2019년 대비 90% 이상의 공급 좌석을 유지하라고 했습니다. 최근 이 가운데 괌 노선의 공급 좌석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대한항공에게 증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6년 전과 달리 수요가 크게 줄어 항공사들은 텅 빈 비행기를 띄워야 합니다. 국토부 항공 정보 포털에 따르면 올해 1~8월 괌 노선 여객 수는 약 43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101만명) 대비 57.4% 급감했습니다. 여기에 항공기 수가 에어부산은 20대, 에어서울은 6대에 불과해 수요가 적은 노선에 집중 투입하면 경영 부담이 커집니다. 
 
실제로 괌 노선 재개와 맞물려, 에어서울은 10월18일부터 인천~보홀 노선을 일시 중단하고, 에어부산도 오는 30일부터 부산~울란바토르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합니다. 두 노선은 수요가 높은 알짜 노선으로 평가됩니다. 계열사 한 관계자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시정조치로 수요가 없는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게 됐다”라며 “결국 LCC만 부담을 떠안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맞지 않게 2019년 공급량을 적용하는 것은 결국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2019년 공급량 강제는, 좌석이 비어 있는 상태로 운항하도록 만드는 것이어서 시장을 왜곡한다”며 “정책 기준을 과거에 고정하기보다 최근 1~2년 수요 평균을 반영한 공급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교수도 “항공산업은 계절·시기별 수요 변동이 큰데, 2019년 기준으로 좌석 유지 의무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빈 비행기를 띄우게 만드는 건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노선별로 유지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수요가 급감한 괌 노선 등에서 공급 좌석 유지 비율이 합리적인지 등을 묻는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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