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북부 빙상시설·장례시설 설치 놓고 '소통 시험대'
소외된 경기북부에 숙원·기피시설 건립 현안 모두 존재해
시설 건립 권한 제한된 경기도…소통 능력만 보일 김 지사
김동연 "빙상장, 무조건 경기도로…갈등 조정 전문가 보내"
2025-09-03 16:12:57 2025-09-03 16:23:57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 북부 숙원 시설과 기피 시설의 설치를 놓고 소통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을 경기 북부에 유치하는 일을 도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경기 북부 주민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는 양주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에 대해서는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겁니다. 더군다나 두 시설 모두 경기도청의 권한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김 지사가 발휘할 수 있는 건 소통 능력밖에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 지정 권한은 중앙정부에 있고,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설치 권한도 양주시청 같은 시·군에 있습니다. 
 
8월26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양주시 옥정호수도서관에서 열린 '경기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 현장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경기도청 관계자는 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 문제와 관련해 양주시청과 사전 협의해서 공공 갈등 전문가를 이달 중으로 양주시청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양주시청이 의정부·남양주·구리·포천·동두천시청과 추진하는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 문제가 지역 내 '뜨거운 감자'가 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기도 내 화장장은 수원·용인·화성·성남시 등 경기 남부에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에 양주시청은 2023년 백석읍 방성1리를 새 화장장 후보지로 선정했다가 일부 주민의 반대에 직면, 지난 5월 대안 부지를 공모했지만 신청지 2곳이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결국 7월16일 방성1리가 다시 후보지가 됐습니다. 당초 양주시청은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을 2027년 착공해 2029년 준공하려고 했으나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입니다.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문제는 급기야 양주시를 넘어 경기도의 문제까지 된 상황입니다. 지난 6월7일 경기도정 의견 수렴 제도인 '경기도청원' 사이트에 '경기도 양주시 종합장사시설(화장터) 전면 재검토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청원은 7월7일까지 1개월 동안 1만258명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청원 기간 1개월 동안 청원 글이 1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경기도지사가 답변하도록 돼 있습니다. 
 
지난달 4일 청원 답변에서 김 지사는 "장사시설 설치 권한은 법령에 따라 시장·군수에게 부여돼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양주시 종합장사시설 건립 사업이 지역 간 연대와 협력, 주민과의 상생 속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경기도에서도 시·군과 함께 세심하게 살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양주시청은 지난달 중순쯤 경기도청에 갈등 전문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6일 양주시에서 '민생경제 현장투어'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에 대한 '돌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옥정호수도서관에서 열린 '경기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 현장 설명회'에서 한 시민이 "대부분의 양주 시민들이 화장터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이에 김 지사는 "전문적인 지역 갈등 (조정)하는 분들을 (양주시로) 보내서 어떤 식으로 조화롭게 (해결)할지를 돕도록 하게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김 지사가 양주시에서 진행한 공공의료원 현장 설명회에서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을 유치해달라는 민원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경기도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면서도 "강수현 양주시장과 동계아시안게임 유치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경기도로 빙상 시설을 갖고 오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만나 '빙상장은 무조건 경기도로 와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했습니다. 김 지사의 발언 도중에 지역 주민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주변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오는 2027년 철거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2023년 12월13일 대체 부지를 공모한 바 있습니다. 공모에 응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경기도 양주·동두천·김포시 △인천시 서구 △강원도 춘천·원주시 등 7곳입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8월 태릉선수촌 종합정비계획과 유산영향평가 연구 용역이 이뤄진 뒤로 공모를 잠정 연기해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양주시에서의 김 지사의 발언은 다시 공고가 나면 경기도가 유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2024년 10월22일 서울시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제59회 전국 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부 500M 결승 경기가 진행 중이다. (사진=뉴시스)
 
김 지사가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 유치에 열의를 보이는 배경에는 소외된 경기 북부의 발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공모에 응한 경기도 내 지자체는 양주·동두천·김포시로, 모두 경기 북부입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지역 내 기대가 있는 겁니다. 
 
대한체육회도 공모 시작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이 완공되면 빙상 월드컵, 동계체전 등 국내·외 대회 개최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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