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씨가 대선 때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원한 사실을 인지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고가의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을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검이 김씨를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명품 가방 등 금품을 받고선 통일교 관계자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까지 했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김씨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22년 7월15일 전성배씨의 요청에 의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김씨는 이날 윤 전 본부장에게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취지의 말을 했고, 금품을 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 인사를 합니다. 그간 김씨는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해왔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전씨를 통해 △2022년 4월7일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수삼 농축차 △7월5일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수삼차를 건넸고, 전씨는 이를 김씨에게 통일교 청탁과 함께 전달합니다. 해당 청탁은 '국제연합(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지원 등 윤석열씨의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통일교의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에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 인사를 지원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특검은 또 김씨가 전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6229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도 제공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김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인사를 한 지 2주가 지났을 무렵,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가 추진하는 국제행사인 서밋 2022 & 리더십 콘퍼런스에 아프리카 청년부 장관들이 방문하는데 교육부 장관이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전씨에게 목걸이를 전달했다는 겁니다.
공소장에 근거할 경우 특검의 시각은 '김씨가 전씨와 공모해 대통령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총 3회 걸쳐 합계 8239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라고 정리됩니다. 특검은 이 부분과 관련해 김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알선수재)를 적용했습니다.
김건희씨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특검이 통일교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7월18일 오후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원궁 모습. (사진=뉴시스)
통일교가 금품을 고리로 김건희씨에게 청탁을 한 이유는 △정교일치 이념 △이권 확대 때문입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뜻으로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사상을 확산하고, 통일교가 추진하던 캄보디아 메콩피스파크 사업(MPP사업) 등에 대규모 공적자금과 정부 지원이 필요했던 겁니다. 이를 위해선 결국 정권 차원의 도움, 정부 조직과 예산, 정치인의 영향력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통일교는 2022년 20대 대선 때 통일교 뜻을 따라 줄 대선후보를 물색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먼저 접근, "2022년 2월 개최될 통일교 행사인 한반도 평화 서밋에 윤석열이 참석하기를 희망한다. 통일교 신도들의 조직적인 투표 및 통일교의 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석열씨의 대선을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2022년 2월13일 통일교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에서 윤씨와 마이크 펜스 미국 전 부통령의 면담을 주선, '통일교가 이 행사를 통해 마치 미국이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는 방법으로 도왔다'는 게 특검의 판단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윤씨는 2022년 3월22일 윤 전 본부장을 만나 '통일교의 프로젝트인 제5유엔사무국 설치 및 아프리카 유니언의 행사 비용을 국가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각종 현안을 요청받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그와 같은 상황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답신을 받습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의 요청이 실제 이행됐다고 봤습니다.
접견 일주일 뒤인 3월30일자로 외교부 외교안보분과에서 작성된 '국정 과제 이행계획서'에는 아프리카 ODA 2배 증액 목표 제시 등 정부의 아프리카 외교 비전 발표 계획이 기재됐습니다. 이후 2024년 6월에는 윤씨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키도 했습니다.
특검은 김씨와 전씨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는 데에 통일교의 도움이 컸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고 봤습니다. 특검의 이 같은 판단은 김씨가 2022년 3월30일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씨가 전화하라고 했다. 대선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께 인사드리겠다. 앞으로 전씨와 의견 나눠달라. 많이 도와달라"고 한 것과도 연결됩니다. 특검은 이에 관해 "전씨가 김씨를 대신해 통일교와 접촉해 통일교와 각종 이익을 주고받기로 공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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