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5000' 달성을 내세운 이재명정부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더 쎈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업의 최대주주나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되어왔던 자사주 의무 소각화 논의도 이제 시작됐다.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고 불투명한 경영 관행을 바로잡으면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소액주주 권익이 확대된다. 이는 곧 자본 유입으로 이어져 증시 활성화까지 이어지리란 기대가 나온다.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척결도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중요한 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한 지 일주일 만인 6월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 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날로 삼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패가망신을 입에 올린 만큼 정부 기관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함께 참여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 대응단'을 출범했고, 국세청은 주가조작 세력과 악질적인 기업 사냥꾼 등 자본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 행위자들의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최근 주식 전문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며 선행 매매로 20억원 넘는 부당 이득을 챙긴 '핀플루언서'가 구속됐다. 핀플루언서란 금융과 인플루언서의 합성어로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주식 등 투자 추천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주식을 선구매 해놓은 뒤 채널 구독자들에게 이 종목을 추천해,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하는 '스캘핑' 방식을 이용했다.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톡 등을 통한 단체 채팅방에서 이뤄지던 투자 추천방이 텔레그램으로 옮겨 가는 추세다. 실제로 하루에 한두 번 정도는 이런 류의 초대를 받곤 한다. 당연히 '사기'라 생각하고, 초대받는 즉시, 대화방을 나가면서 초대자를 차단하곤 하지만, 언제든 나도 걸려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우리 국민 중 다수는 경험적으로 '주식으로 장난을 쳐도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서 불공정거래 제재 수단은 형사처벌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경제적 이득에 대한 박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불공정거래 기능·권한이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어 조사 및 수사 기간이 길고, 이 기간에 증거인멸이 이루어지며 결과적으로 형사처벌 수위도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청담동 주식 부자'로 유명한 이는 2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고, 추징금도 12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주식투자 인구는 1410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27.6%에 달한다. 전 국민의 3분의 1에 가까운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불만과 해묵은 증권 범죄 척결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정당한 투자가 보상받는 사회'라는 근본적인 믿음이 형성되며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시장에 참여하면 단기투자보다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장기 투자 문화가 확산될 수도 있다. 기업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이는 곧 국가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증권 범죄 척결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다.
이보라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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