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난기류…정점에 '3500억달러' 문서화
비관세 장벽+대중국 견제 동참 '부담'…한·미 원자력협정 담을 듯
NBC "투자기금 세부 사항 구체화 논의 전망"…주한미군 논의도
2025-08-25 17:05:19 2025-08-25 20:27:06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 흔들기로 막판까지 난기류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으로 향한 24일(현지시간)까지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농축산물 개방 등 핵심 의제에 대해 간극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양국은 25일 오전 한·미 정상회담까지 물밑 협상을 진행했는데요. 기존 정상외교의 틀을 깨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변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협상단 내부에선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미 직접 투자 늘려라"…트럼프 대놓고 압박
 
백악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공지를 통해 오벌 오피스(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예고했습니다. 백악관이 공지한 한·미 정상회담 시간은 30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외국 정상과 가진회담 형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백악관은 공지에서 양국 정상의 비공개 오찬까지 예고했는데요. 더 이상의 추가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혹은 양국 사이의 문서화된 합의가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걸 시사한 대목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의 난기류는 이재명정부의 주요 인사들의 갑작스러운 방미 일정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우선 조현 외교부 장관은 방일 일정을 건너뛰고 미국으로 향했고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자리를 비우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양국은 지난달 31일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3500억달러의 대미 펀드 조성과 함께 10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에 구두 합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대미 직접 투자액에 대한 증액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협상단이 이 부분을 문서화하라고 막판 압박에 나선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22일 진행된 사전 의제 조율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억지력 확장'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중국 견제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또 '공동 부담 분담 확대'를 거론했는데요. 이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인 방위비 분담금의 확대와 함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입니다. 특히 이미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8.3%인상된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 측에서 두 배 가까이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비관세부터 대중 압박까지…의제마다 '산 넘어 산'
 
비관세 장벽도 관건입니다. 앞선 한·미 관세 협상이 대미 투자에 맞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관세 장벽 논의는 미뤄진 바 있습니다. 특히 쌀·소고기 개방에 있어 우리 정부는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한계선)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농축산물 수출입 상황을 바라보는 양국의 인식은 현저히 다릅니다. 게다가 우리 의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법 등에 대해 미국은 '디지털 장벽'이라는 주장을 내놓으며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출발지인 대중국 견제에 대한 동참 압박도 불가피합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진전되고 있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정부 역시 한·미 정상회담에 있어 대응 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개시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한 것 역시 협상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16개 우리 기업은 기존의 3500억달러 협의 외에도 한·미 경제 협력을 위한 조선·반도체·원전 등 주력 산업에서의 대규모 투자 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총 대미 투자액은 최소 10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는 한·미 관세 협상에서 타결한 정부 차원의 3500억달러 규모의 펀드와 별도입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 증설 혹은 미국 내 반도체 제3공장 신설의 구상을 밝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지 언론 "마스가+3500억달러 투자 주요 의제"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정상회담 의제를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기금에 맞추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트럼프와 한국의 정상회담을 이끄는 새로운 약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는 원인에 중국과의 해군력 격차를 짚으며, 한국의 조선산업 협력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으로부터 일본에 본부를 둔 7함대 소속 비전투함정 수리를 위한 정비 계약을 4건 수주했다"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한화오션이 약 1억달러에 인수한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NBC>는 "한국이 미국 산업을 위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기금 세부 사항을 구체화하는 논의가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NBC 역시 조선업 협력을 주요 의제로 진단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는 만큼, 한국이 자국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면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분담금 인상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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