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기술력을 앞세워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재무구조 안정화 단계에 이르기 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인 탓입니다. 업계에선 연구개발 실적을 낼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케이맥스(182400)는 지난 26일 최대주주가 엔케이젠 바이오텍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습니다.
엔케이맥스 자회사였던 엔케이젠은 엔케이맥스가 발행하는 신주 4640만주를 232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보유 지분은 65.01%로 늘었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가 뒤집힌 셈이죠.
2015년 상장한 엔케이맥스는 2021년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기도 했으나 지난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아 거래가 정지됐고, 결국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습니다.
2019년 코스닥에 데뷔한
셀리드(299660)는 지난해 베이커리 업체를 인수하면서 입방아에 오른 코스닥 상장기업입니다.
바이오기업인 셀리드가 베이커리 업체 포베이커를 인수한 배경은 매출 압박입니다. 코스닥 상장 규정을 보면 연매출 30억 미만인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인수 직전 해인 2023년 셀리드 매출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2022년 매출이 4억8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베이커를 인수한 지난해 매출은 약 41억원으로 크게 뛰었습니다.
2020년 코스닥에 입성한
엔젠바이오(354200)는 상장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입니다. 상장 첫 해 82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엔젠바이오는 지난해 161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습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엔젠바이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5일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더해 기존 최대주주였던
KT(030200)는 에스에이치헬스케어투자1호조합 외 1인에게 엔젠바이오 주식 135만4545주를 넘겼고, 엔젠바이오는 새로운 최대주주를 상대로 1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습니다.
세 기업은 기술특례로 상장했다는 공통점을 보입니다. 기술특례는 자본력이 약하더라도 기술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 상장할 수 있어 바이오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면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법차손)과 매출에 따른 관리지정 종목에서 각각 3년, 5년간 자유롭습니다. 엔케이맥스는 법차손 요건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돼 상폐 기로에 놓인 예입니다. 엔젠바이오 역시 법차손 비율로 관리종목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셀리드는 매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포베이커를 인수한 겁니다.
현장에선 요건 완화를 요구합니다.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3년에서 5년 내 기술을 이전하거나 제품화하는 등 성과를 내는 게 바람직하지만 바이오 업종 특성상 쉽지 않다"며 "연구개발 역량이 있다고 판단된 기업이라면 재무건전성이나 수익성에서 보다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에선 바이오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해 매출이 없어도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는데, 시장에서 기술을 평가받으라는 의미"라며 "한국처럼 매출을 올리라는 건 기술특례 상장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또 "기술특례는 혁신 기술로 상장해 공모자금으로 발전하라는 취지인데 매출처를 찾아야 하는 건 아이러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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