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면서 중동 정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경기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기업심리지수가 전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기평균을 여전히 밑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들의 체감경기도 좋지 않습니다. 역대 최고치를 찍은 식품비 지출액 등 높아진 의식주 체감물가와 달리 실질 임금은 '찔끔' 오른 수준에 불과합니다.
26일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6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달보다 0.5 하락한 90.2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비관적' 기업 체감경기…무역협상·추경 시기 '관건'
26일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6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달보다 0.5 하락한 90.2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보이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겁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 등 주요 지수를 바탕해 산출한 심리 지표로 장기 평균(2003∼2024년)인 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의 기업 심리가 '낙관적'임을, 밑돌면 '비관적'을 의미합니다.
넉 달 만에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다시 나빠진 배경에는 미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중동 정세 불안이 있습니다. 특히 중동발 불안이 가중된 이달 90.2 지수는 지난해 11월(91.8)인 비상계엄 이전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산업별로 제조업 CBSI는 자금 사정(-0.4포인트), 업황(0.7포인트)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한 94.4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3.8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 급락입니다.
비제조업 CBSI는 매출(-0.6포인트)과 채산성(-0.5포인트) 등의 부진으로 0.7포인트 하락한 87.4에 머물렀습니다. 비제조업도 지난 2월 1.9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진 겁니다.
다만, 내달 전망과 관련해서는 전기장비, 석유, 정제, 코크스, 고무, 플라스틱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개선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비제조업의 경우는 밝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비제조업 CBSI는 건설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부동산업 등을 중심으로 비관적입니다.
하지만 전국 352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기간이 이달 11~18일인 만큼, 중동 휴전 소식에 따른 전망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낙관적 전망을 예견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중동 지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유효한 만큼, 미 관세 정책 변화나 새 정부의 정책, 내수 회복 시기 등에 따른 변동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다음 달 CBSI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나 새 정부의 정책, 내수 회복 시기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류를 앞두고 있어 무역 협상이 진행되는 것을 더 지켜봐야 하고 추경 집행 시기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6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4월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을 보면, 전년 동월보다 0.6%(2만1000원) 증가에 그쳤다. (출처=고용노동부)
의식주 물가 오르고 실질임금은 '찔끔'
불안한 체감경기는 근로자들도 매한가지입니다. 특히 생산 비용 상승이 가공식품·외식물가에 장기간 전가되면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가 등을 반영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0.6% 오른 데 그치고 있습니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4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명목임금을 보면, 전년 동월대비 2.7% 증가했습니다. 386만6000원으로 10만5000원이 늘어난 수준입니다.
반면 물가 등을 반영한 실질임금으로 기준하면 0.6%(2만1000원) 오름세에 불과합니다. 식품 물가상승 기류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 가구의 올해 1분기 식품비(식료품·비주류음료, 주류, 외식비 포함) 지출액은 가구당 월평균 87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27.7% 급등한 역대 최고치입니다.
물가상승을 고려할 경우에도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2년에 비해 1.5~3.0% 늘었습니다. 농림수산품의 경우도 주요 수입 중간투입재 가격이 높아지면서 투입물가지수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가 구성에 있어 생산자 가격을 나타내는 산출물가, 투입물가, 소비자물가가 구분돼 있습니다.
산출물 한 단위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의 양(중간투입계수)과 중간재 가격, 부가가치로 구성하는 산출물가지수에서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들의 평균가격을 지수화한 것이 투입물가지수입니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연구팀 분석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분 중 투입물가가 기여한 부분은 가공식품 13.4%포인트, 외식 13.0%포인트, 외식 외 개인서비스 5.0%포인트로 각 품목별 상승분의 55.6%, 52.8%, 28.9%를 차지했다. (출처=한국은행)
원재료·중간재 등 투입비용 추이를 나타내는 투입물가는 상품 한 단위의 생산비용을 나타냅니다. 수입 원재료·중간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파급효과로 인한 국내 중간재 가격상승 등으로 기업들의 투입비용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입니다.
한은 조사국 물가연구팀(이수민·문태동)은 "품목별 투입물가지수 추정 결과, 가공식품·개인서비스의 원재료·중간재 투입비용은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비용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노사 간 줄다리기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1만30원을 주장하고 있으며 노동계는 1만1500원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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