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품은 오아시스…"토종 이커머스 지각변동"
오아시스마켓, 티몬 인수 공식 확정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도약 가능성 기대
선두권 밀린 타 토종 업체들도 경쟁력 강화 골몰
2025-06-24 15:53:11 2025-06-24 15:53:11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신선식품 배송 전문 기업인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의 인수를 공식 확정함에 따라, 토종 이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전망입니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온라인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가 공고히 이어지고,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까지 가세하면서, 상대적으로 토종 기업들은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었는데요.
 
C커머스에서 가품 등의 이슈 발생으로 신뢰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다양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규모는 밀려도 코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G마켓, 11번가 등 토종 기업들은 올 들어 조금씩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던 실정이었습니다. 여기에 오아시스가 티몬을 품으며 본격적인 외연 확장 및 드라이브에 나섬에 따라, 토종 이커머스 시장의 재편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아시스, 물리적 결합 아닌 티몬 브랜드 유지로 가닥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를 위해 권리보호조항을 정하고 티몬의 회생계획안을 지난 23일 강제 인가했습니다. 재판부는 회생계획안이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의 조에서 법정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해도,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근로자 및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을 사유로 들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는데요.
 
일단 오아시스는 티몬의 운영 방향에 대해 물리적 결합이 아닌 티몬의 현재 브랜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부적으로 티몬의 강점이었던 기존 오픈 마켓 비즈니스를 다시 활성화하고, 티몬만의 특색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트렌드인 빠른 배송 서비스를 결합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다는 방침입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 관계자들도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인수가 확정된 이상 앞으로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일부 대형 플랫폼으로 집중되며 소비자들의 서비스 선택지와 셀러들의 유통망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대안이 계속 등장해야 건전한 시장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본다. 티몬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아시스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 채널 전략을 활용하는 업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며 "티몬 인수에 따른 향후 이커머스 시장에 변화가 일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습니다.
 
G마켓, 11번가 등도 경쟁력 강화 사활
 
이로써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가 발생한지 약 11개월 만에 티몬은 새 주인을 찾는데 성공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습니다. 특히 1세대 이커머스를 대표했던 티몬이 향후 정상적으로 회생한다면, 토종 플랫폼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상황인데요.
 
티몬뿐만 아니라 그간 소수 강자들에 짓눌리며 오랜 기간 중위권 그룹을 형성해 온 G마켓, 11번가 등 다른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최근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거는 모습입니다. 특히 근래 선두 업체들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폐단이 드러나고 C커머스의 신뢰도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점은 이들 업체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먼저 신세계그룹의 G마켓은 지난해 12월 알리바바그룹의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50대 50의 합작법인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설립을 발표하고,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청한 바 있는데요. 현재 공정위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합작법인에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입니다. 다만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례적으로 심사가 5개월가량 지연되고 있긴 하지만, 합작법인이 출범할 경우 G마켓은 알리바바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를 통한 역직구 콘텐츠를 강화하고, 알리바바는 G마켓의 물류센터 인프라를 활용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SK스퀘어 자회사인 11번가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경쟁력 강화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오픈 마켓 사업과 리테일 운영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속도 경쟁에도 나선 상황인데요. 11번가는 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과 관련해 올해 2월부터 주말 당일배송을 도입, '주 7일 배송'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에 11번가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97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 195억원 대비 약 50% 개선된 수치입니다. 특히 오픈 마켓 부문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1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힘입어 11번가의 이용자 수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11번가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1번가가 941만명으로 1위인 쿠팡(3407만명)의 뒤를 이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어 △알리익스프레스 885만명 △테무 857만명 △G마켓 721만명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547만명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에는 줄곧 2위 자리를 알리가 차지했지만 11번가가 최근 도약하며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은 선두권에 비해 속도 경쟁에서 밀리긴 하지만, 킬러 콘텐츠들을 확보하고 있다 보니 충성 고객 역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이들 플랫폼은 국내 수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들 업체가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경쟁력을 높인다면, 추후 시장 재편도 기대해 봄직하다"라고 관측했습니다.
 
오아시스마켓 본사 전경. (사진=오아시스마켓)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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