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우주청이 소모성 발사체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계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단위의 국고가 투입되는 국가 우주수송사업의 핵심 축을 바꾸는 결정이지만,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재검토 등 절차적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20일 우주청은 서울 용산구 서울비즈센터에서 브라운백 미팅을 열고 개발사업 변경 추진 계획의 구체적 내용과 취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계획은 지난 2023년부터 오는 2032년까지 10년간 2조132억원의 국고가 투입되는 국가사업으로, 기존 소모성 발사체를 재사용발사체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인데요.
우주청이 당초 계획이었던 소모성 발사체 개발을 수정한 배경으로는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재사용발사체를 도입해 상당한 성과를 낸 것이 꼽힙니다. 윤영빈 우주청 청장은 지난달 경남 사천 우주청에서 열린 개청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사용발사체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사업계획 개선을 추진 중이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주청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부분 발사체 회수가 가능하고 재사용 기술까지 탑재한 팔콘9을 통해, 지난해 134회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발사 횟수(263회) 중 58%에 이르는 기록인데요. 미국이 재사용발사체를 활용해 우주 수송 패권국으로 지위를 선점한 상황입니다.
우주수송 기술동향에 대해 설명 중인 박재성 우주청 우주수송부문장 (사진=뉴스토마토)
박재성 우주청 우주수송부문장은 이날 우주수송 기술동향을 발표하며 "스페이스X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주력 발사체를 재사용화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고성능 발사체 창정 9호를 재사용발사체로 설계를 변경했고, 유럽은 아리안넥스트(Ariane Next), 러시아는 아무르(Amur) 등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착수했는데요.
다른 국가들도 재사용발사체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는, 비용 감소를 통한 우주경제 선순환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박순영 우주청 재사용발사체 프로그램장은 "재사용발사체를 도입하면 저비용·다빈도 우주수송 체계로 우주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상업적 활용도가 높은 우주발사체 확보를 통해 산업화 전략을 조기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같은 결과를 활용해 민간 상업화·우주활용 민간 후방산업 유도가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 사업변경 추진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박순영 우주청 재사용발사체 프로그램장 (사진=뉴스토마토)
향후 차세대 발사체 도입 시나리오로는 '단계적 재사용'과 '조기 재사용화'를 제시했습니다. 단계적 재사용은 차세대발사체를 소모용으로 개발한 이후 재사용 기술로 전환하는 것을 뜻합니다. 조기 재사용화는 차세대발사체를 조기에 재사용화로 개발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박 프로그램장은 우선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한 뒤 하나의 시나리오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모성 발사체를 재사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매몰될 것이라는 우려에는 "재사용 전환은 매몰 비용 확대가 아닌 기회비용의 평가를 통한 합리적 선택"이라며 "소모성 발사체를 계속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장기적으로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추진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창정 9호, 아리안넥스트 등을 포함한 해외 재사용발사체 다수는 추진제로 메탄과 수소를 채택했는데요. 박 프로그램장은 "메탄은 기존 추진제인 케로신보다 수소와 균형 있게 결합이 가능한 추진제"라며 "상대적으로 높은 비추력을 보장하고 수소보다 저장 및 취급이 용이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엔진에 탄소 침적물이 남지 않아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프로그램장은 "최근 중국 스타트업들이 팔콘9의 기술력을 따라잡았다는 소식을 접했다"라면서도 "스페이스X가 보여준 선순환 구조를 우주청도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모성 발사체 개발 계획은 2조원 규모의 국비가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기에 사업계획 변경을 위해서는 별도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우주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특정평가를 거치려고 했지만 불발됐고, 지난달 2일 기재부에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심사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기재부의 적정성 재검토는 길면 9개월까지 소요됩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