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지역에 북한군 대남 확성기가 보이고 있다. 합참은 이날 새벽부터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들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11일 오후 2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껐습니다. 당일 밤까지 이어지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도 12일 새벽부터는 사라졌습니다. 북한이 대남 방송을 완전히 중단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북한이 남한의 선제 조치에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됐든 남북 양측의 확성기 방송으로 소란스러웠던 비무장지대(DMZ) 일대는 1년여 만에 고요를 되찾았습니다.
합참은 이날 "우리 군이 어제 오후 2시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어제 늦은 밤 서부전선에서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 된 이후 방송이 들리지 않고 있다"며 "북한 대남 소음 방송이 지역별로 방송 내용과 시간대가 달랐기 때문에 우리 군은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9일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민단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요청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시절 이뤄졌던 대북 적대 조치들이 하나씩 되돌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건 효력정지 된 9·19 군사합의 복원뿐입니다. 전문가들은 9·19 군사합의 역시 이재명정부가 선제적으로 복원해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거두고 한반도에 항구적으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화에 나설 명분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취임 1주일 만에 접경지역 주민 고통해소 약속 이행"
9·19 군사합의 체결과 그 후속조치 이행을 이끌었던 김도균(예비역 중장)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 1주일 만에 대선과정에서 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약속을 지키면서 북한도 이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했다"며 "이는 접경지역 일대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첫걸음이자,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민생을 해결하는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김 전 사령관은 "이제 남북 간 모든 대화채널이 완전히 중단된 상황을 조속히 극복하고, 강대강 대립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위기의 남북관계를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전 사령관은 9·19 군사합의의 조속한 복원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9·19 군사합의라는 게 접경 지역 일대에서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남북 군사 당국이 맺은 조치이고, 이 합의가 유지되는 5년여 동안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라고 할 수 있는 사안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전 사령관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김 전 사령관은 "9·19 군사합의는 분명히 검증된 안전핀"이라며 "9·19 군사합의 복원은 접경 지역의 안정적 상황 관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김 전 사령관은 "남북이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 될 것은 지난 수년간 막혔던 대화 채널을 다시 가동하는 것"이라며 "그다음에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 이행하기 위한 상호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스스로 닫은 9·19 합의 선제적으로 조속히 열어야"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선조치에 북한이 대남 방송 중단으로 호응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수정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조치가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조치로 당장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하겠다고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9·19 군사합의를 우리가 선제적으로, 조속히 복원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9·19 군사합의 복원을 위한 북한의 호응 필요성에 대해선 "우리가 먼저 복원을 선언할 수 있다"며 "윤석열정권이 효력정지시키면서 우리가 스스로 닫은 측면이 있는 만큼 여는 것도 우리가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신채널 복원·북한 표류어민 송환 먼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소음방송 중지로 화답한 것은 행동에는 행동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도 적대시정책 폐기를 말로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이라는 대미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양 교수는 "이 대통령은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 중지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켰고, 북한도 전단살포와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으면 오물과 소음을 보낼 이유가 없다는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며 "북한의 소음방송 즉각적인 중지는 이재명정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이재명정부의 다음 행보는 통신채널 복원과 북한표류어민 송환이 될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9·19 군사합의 복원 등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양 교수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전환하는 데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재명정부는 서두르거나 일희일비하지 말고 북·미 대화를 적극 지지하면서 한·러, 한·중 관계 복원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4자회담 또는 6자회담 개최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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