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지급수단으로서 법적 근거를 부여받게 되면서 금융시장 안정성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금융권도 업권별로 기대와 경계가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12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근거와 감독 체계를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하면서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해당 법안은 자본금 5억원 이상의 국내 법인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준비금 구성 자산의 종류, 환매 시한, 회계처리 방식 등은 시행령 및 감독규정으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화폐 대체제' 논쟁 본격화
스테이블 코인은 실물 자산, 주로 현금이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연동돼 가치가 고정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입니다.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가격 변동성이 적고 디지털 환경에서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이 있으며 이들은 미국 달러에 가치를 고정하고 미국 국채 등으로 준비금을 구성해 신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으로 디지털자산 규율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당내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는 "입법 체계를 우선 정비한 뒤 CBDC 등과도 정합성을 갖춰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오는 13일에는 국회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정치후원금 수단으로 도입할 수 있을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부 지원금 지급, 민간 커머스 결제, 증권형 토큰(STO)과의 연계 가능성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이 지급결제 수단 기능을 할 경우 통화당국의 정책 효율성과 지급 인프라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국은행은 물론 전문가들도 지급결제 인프라 전반의 안정성, 외부 충격에 따른 대량 환매 사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업권별로는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으며, 실무적 대응과 전략 수립을 놓고 분주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업권선 관망·기대·불안 공존
스테이블 코인의 법제화를 앞두고 금융권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내부에 블록체인 전담조직이나 연구팀을 운영하며 제도 변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기술적으로 준비된 기관은 바로 진입할 수 있다"며 "자본금 기준이 5억원으로 낮게 설정돼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구조가 된 만큼 안전장치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내 결제 인프라가 이미 뛰어난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실질 수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코인거래소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의 신뢰도와 거래량이 높아지고, 수수료 수익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준비금 확보 등 요건을 충족한 스테이블 코인이 많아질수록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PG사 등 지급결제 업계는 혼재된 반응입니다. 일부는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경우 기존 결제 인프라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PG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에 참여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서도 "상용화 여부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드업계 등 여신전문금융사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이 법제화되고 상용화되면 기존 결제 인프라와의 역할 중복이나 대체 가능성 때문에 업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올 수 있다"며 "정부 사업과 연결되는 부분도 배제할 수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핀테크 업계 역시 의견이 엇갈립니다. 간편결제나 송금 서비스를 운영하는 일부 핀테크 기업들은 제도화 이후 새로운 사업 기회를 기대하고 있지만 모든 업체가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결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관심이 많겠지만 금융정보 관리나 자산관리 중심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면서 "지급결제 기능이 없는 회사는 사실상 관련 논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신사업 확장 기회로 보고 있지만 실제 법 시행 전까지는 내부 스터디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가 이뤄지면 관련 상품 개발이나 STO(증권형 토큰) 사업과의 연계도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정비되면 신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기대감은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를 앞두고 금융권에선 관망·기대·불안 공존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서 관계자가 시세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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