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만명대를 회복하며 13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취업자 수 감소세는 지속됐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고용 부진도 여전했습니다. 정부 주도형 일자리 창출로 취업자 수 2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고용의 질은 되레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용 시장의 한파가 지속되면서 이재명정부의 최우선 과제도 일자리 창출이 꼽힙니다. 일자리가 최대 민생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늘리느냐가 이재명정권 5년의 성패를 가를 전망입니다.
'정부 일자리 사업'이 끌어올린 20만명대 회복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16만명으로 1년 전보다 24만5000명 증가했습니다.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명대로 들어선 것은 지난해 4월(26만1000명) 이후 처음으로, 증가 폭도 가장 컸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취업자 수 증가는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 사업 영향이 컸습니다. 정부 주도 일자리 사업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에서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고용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용 비중이 높고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과 건설업 부문의 고용 부진도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만7000명 줄면서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습니다. 건설업 취업자 또한 건설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10만6000명 감소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연령대별로 봐도 고용 지표의 어두운 단면이 엿보입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청년층(15∼29세)에서 15만명, 40대(40∼49세)에서 3만9000명, 50대(50∼59세)에서 6만8000명 각각 줄었습니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37만명, 30대에서는 13만2000명 각각 늘었습니다.
특히 60세 이상 취업자 수(704만9000명)는 고령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처음으로 7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과거 은퇴 후 비경제활동인구에 머물던 노인 인구가 대거 취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제활동인구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도 5만6만명 늘고, '취업 준비' 인구도 5만6000명 증가하면서 청년층 고용 시장 역시 냉랭함이 지속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용의 질 악화…일자리 정책 처방 시급
문제는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하면 고용 지표 역시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는 고용시장에 미국발 관세 충격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진 않았지만, 향후 본격화하면 수출 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 등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때문에 새 정부의 일자리 확대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뒤따릅니다.
정부는 우선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빠르게 마련하고, 차세대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해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청년 등 취약계층 고용 안정을 위해 관련 일자리 사업도 추진, 미취업과 쉬었음 청년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 대통령은 그간 청년 일자리 정책을 꾸준히 강조한 만큼,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 확대 방안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년에게 기회와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청년의 일할 권리와 기회를 강화하겠다는 기획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구직 활동 지원금을 확대하고 자발적 이직 청년에게는 생애 1회 구직급여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또 글로벌 기업이 운영 중인 채용 연계형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국내 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국가 지원 방안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위한 핵심 정책인 청년미래적금 신설 계획도 함께 내놨습니다.
전문가들은 매 정권마다 청년 취업난 문제 등 일자리 확대 방안을 내놨지만, 구조적으로 고용 시장이 전혀 개선되지 못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합니다. 오히려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건이 악화하면서 고용 사정이 더 나빠졌다고 꼬집습니다.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성패도 일자리를 얼마나 확대하느냐 등 민생 현안 해결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담보 가능하고 미래를 계획할 만한 일자리가 제대로 제고되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며 "결국 갈 만한, 즉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건데, 이를 만들기 위한 정책 처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질 좋은 일자리로 전환되게끔 하는 종합 계획이 필요하다"며 "중위임금 밑에 있는 일자리의 질을 높일 방법과 불안정한 일자리, 즉 외부화된 일자리, 플랫폼 등 제도 밖에 있는 일자리를 내부화시키는 전략 등 일자리 전환 정책을 같이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창출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아야 한다"며 "기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앞으로 먹고살 산업 정책을 발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교육, 인재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1일 경기도 하남종합운동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하남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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