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국내 통신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 점유율이 소폭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알뜰폰 5G 점유율이 여전히 1%에 불과한 것이 대표적 이유로 지목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1위 사업자의 매출 비중도 높은 상황입니다.
하반기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 등 제도 변화가 예정돼 있지만,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시장 경쟁 미흡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한 것인데요. 다만 올해 해킹사태로 SK텔레콤 가입자 이탈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24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에서 국내 통신 시장이 '경쟁 미흡'한 상태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기준 회선 점유율은 2022년 12월 42%, 2023년 12월 40.9%, 지난해 6월에는 40.7%로 소폭 떨어졌습니다. 다른 이동통신사 점유율도
KT(030200) 2023년 12월 24.1%에서 지난해 6월 23.7%로,
LG유플러스(032640)는 19.5%에서 19.3%로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알뜰폰 점유율은 15.5%에서 16.4%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5G 시장만 놓고 보면 SK텔레콤의 점유율 독주는 지속됐습니다. 2023년 12월 SK텔레콤은 5G 회선 점유율 47.7%에서 지난해 7월 47.6%로 0.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KT는 29.5%로 0.4%포인트 감소했고, LG유플러스는 21.9%로 0.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알뜰폰 점유율은 0.8%에서 1%로 올랐지만 변화가 미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판매점 모습. (사진=뉴시스)
KISDI는 "알뜰폰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LTE에 국한된 현상이며, 이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영향일 수 있다"며 "향후 성장세가 이어질 5G에서 알뜰폰 점유율이 낮은 것으로 보아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도 펼쳤지만 사실상 크게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최신 데이터인 지난 3월 기준으로도 5G SK텔레콤 점유율은 47.3%, KT 29%, LG유플러스 22.5%, 알뜰폰 1.08%로 변화 폭은 크지 않은 모습입니다.
KISDI는 1위 사업자의 매출액 점유율이 높은 것도 경쟁이 미흡하다 평가한 요인으로 짚었습니다. OECD 평균 대비 국내 1위 사업자 점유율은 4.1%포인트, 1위와 2위 사업자의 격차는 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ISDI는 통신시장의 경쟁 미흡 상태가 추후 계속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도매대가 규제는 사후 규제로 전환됐고, 7월22일부로는 단통법이 폐지되는데, 이들 모두 알뜰폰 사업자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ISDI는 단통법 폐지로 이동통신 사업자 간 경쟁이 강화될 수 있지만, 그동안 요금 경쟁력으로 성장해 온 알뜰폰 사업자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정부 주도로 인하돼 온 도매제공제도가 사후규제로 전환된 것도 알뜰폰 성장 저해 요인으로 지적했습니다. KISDI는 "향후 경쟁상황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번호이동 고객이 늘어난 점은 국내 통신 시장에서 '경쟁 미흡' 꼬리표를 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지난달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가입자는 44만49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로 각각 19만6685명, 15만8625명이 이동했고, 알뜰폰으로도 8만5180명이 옮겼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해킹 여파로 이동통신사업자뿐 아니라 알뜰폰으로도 가입자 이동이 급속하게 일어났다"며 "알뜰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겠지만,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 이동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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