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정책의 향방이 달라질 전망입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정책 전면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수백억 원을 투자한 교육업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이 후보가 AIDT 정책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입니. 지난 28일 발표된 민주당의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중앙공약집에는 윤석열정부의 성급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겠다며,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고 학교의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 담겼습니다.
교육업계는 AIDT의 법적 지위가 약화되면 정부 예산 지원이 끊기고, 학교나 학부모가 비용을 부담해야 해 채택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교과서로 인정되면 재정 지원 대상이 되지만, 교육자료로 분류되면 그 부담이 현장으로 전가돼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천재교과서, 비상교육, 아이스크림에듀 등은 그간 AIDT의 전면 도입을 전제로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해 왔습니다. 웅진씽크빅은 이미 정책 혼선 속에서 관련 부서를 정리하고 사업에서 철수한 상황입니다.
A사 관계자는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에서 한 과목당 약 30억원을 투자했지만 손실이 컸고, 올해 1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손해를 만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교육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선 학령인구가 증가해야 한다"며 "출산율이 증가하더라도 곧바로 실수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습니다.
B사 관계자도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처럼 전면 도입할 것으로 믿고 개발에 나섰지만, 정책 변화에 따라 많은 출판사와 개발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정권에 따라 출렁이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혼란은 AIDT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정치권의 견해차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은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지만,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부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AIDT는 간신히 '교과서' 지위를 유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채택 여부가 학교 자율에 맡겨지면서 올해 AIDT 도입률은 32.4%에 그치는 등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AIDT를 핵심 교육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는 윤석열 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승한 것으로, 업계 일각선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책이 안정화되고 투자 회수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의 경우 기대보다는 회의론에 휩싸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책 방향이 정권 교체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통에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 큽니다. 시행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정책이 폐기 위기에 몰리면서, 스마트 학습지 등 연관 산업 확장에 대한 투자도 위축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 기업은 AI 교과서 사업을 접고 상조업 진출이나 성인 대상 학습지 등 시니어 시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교과서는 교육격차 해소와 학습 효율 증대를 위한 도구였지만,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며 "정권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일관된 정책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오전 울산 이화중학교 1학년 1반 교실에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로 영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화중은 2023년부터 2년간 디지털 교육 선도학교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디지털 교수 학습 연구학교로 선정됐다.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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