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금융위원회 해체를 핵심으로 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내년 지방선거 이후 단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 초기에는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최우선 국정 과제에 집중하고 지방선거 이후 동력을 확보해 조직 개편을 한다는 구상입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당 캠프 내에서는 정부 조직 개편 시점을 집권 2년차로 설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 캠프에 참여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추진하지 않거나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기의 문제인데, 집권 1년간 민생 회복에 집중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잘 치른 뒤 그 동력으로 조직 개편을 완성하면 된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윤석열정부가 출범 직후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다면서 국정 에너지를 낭비한 것을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수위원회가 없던 문재인정부 초기에도 정부 조직 개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바 있습니다.
이 후보도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권 초기엔 모든 에너지를 경제와 민생 회복에 둬야 한다"며 "갈등적 사안들에 집중하면 에너지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13조원으로 편성된 1차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경기 회복에는 부족하다며 차기 정부에서 2차 추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는데요. 6월 대선 이후 2차 추경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정부조직에 당장 손을 대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기재부 분리와 떼놓고 볼 수 없습니다. 민주당의 조직 개편안은 현재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기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명칭을 변경해 나머지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구상입니다. 금융위를 폐지하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합니다.
기획재정부 분리, 금융위원회 해체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 조직 개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부의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당초 이 후보가 당선되면 기재부 분리, 금융위 해체 등 정부 조직 개편을 곧바로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부 조직 개편은 정권 지지율이 높은 집권 초기에 시행됩니다. 인수위원회부터 정권 색깔을 담은 예비 내각을 꾸린 다음,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하는 것입니다.
그간 여러 정부에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된 것도 중앙부처 중 최고 '실세 부처'인 기재부 분리가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부 조직 개편이 민주당의 정책 아젠다에서 빠졌다고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대선 후보 확정 직후 "기재부가 경제 기획에 재정까지 틀어쥐어서 정부 부처의 '왕 노릇'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면서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힘, 개혁신당 등은 조만간 구체적 공약 이행 계획을 담은 공약집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정부 조직 개편의 경우 이 후보 공약집에는 경제정책 수립·운영에 집중하기 위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거나 금융감독 체계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큰 틀의 방향성만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집권 초기에는 모든 에너지를 경제와 민생 회복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이 후보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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